소년시절에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여름마다 친구 목사님들과 더불어 산상집회를 열었다. 나는 어느 집회였던가 한번은 목사님의 분부가 있어서 집회기간 내내 목사님의 심부름을 맡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강대상 바로 밑에 앉아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목사님은 구원의 감격을 설명하면서 어느 신사가 거지 아이를 데려다가 양자로 삼아 기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사는 아이를 기르면서 이 다음에 크면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말을 거듭해서 일러주었지만, 아이는 나중 일은 둘째치고 지금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자기를 데려다가 아들로 삼아준 신사의 호의에 그냥 감격해서 하루종일 집안을 쓸고 닦고 섬겼다는 것이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내 머리 속에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충성은 구원의 감격으로
사실 우리가 어느 직분이든 충성스럽게 감당하는 것은 이 직분을 잘 이행하면 나중에 어떤 상급을 받게 될 것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직분을 잘 감당하면 이후에 어떤 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둘째 문제이다. 그 이전에 우리가 맡은 직분을 신실하게 수행하는 까닭은 죄악과 암흑 속에서 고스란히 죽을 운명에 처해있던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의 영혼을 격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이것을 알고 있었다. "나를 능하게 하신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께 내가 감사함은 나를 충성되이 여겨 내게 직분을 맡기심이니" (딤전1:12),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 (고후 5:14). 사도 바울이 직분을 수행하는 것은 장차 주어질 상급을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혜를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도 바울의 직분 이행은 목적보다는 원인에 그 이유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직분을 잘 감당하는 사람에게는 선물이 수여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선물 가운데 한 가지가 "아름다운 지위"이다. 사도 바울에 의하면 잘 섬긴 사람들은 아름다운 지위를 얻는다. 비록 직분을 충성스럽게 수행하는 것이 처음부터 무엇을 얻으리라는 목적 때문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분을 충성스럽게 감당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결과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충성엔 마땅한 결과 따라
이것은 정말이지 하나님의 큰 은혜이다. 일할 곳이 없어서 하루종일 놀고 있던 사람이 일자리를 맡은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결국은 하루종일 일한 사람과 똑같은 삯을 받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큰 은혜인가! 그러므로 잘 섬긴 사람에게 아름다운 지위가 주어진다는 것은 은혜 위에 은혜이다. 잘 섬긴 사람에게 "아름다운 지위" (이 말은 신약성경에 오직 한 번 사용되
었다)가 주어질 것이라는 사도 바울의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은 직분을 잘 감당한 사람이 내세에서 특별한 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직분을 잘 감당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선물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에 큰 담력"인데, 이것이 내세적인 의미보다는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아름다운 지위도 현실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직분을 잘 감당한 사람이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직분자에게 존경은 마땅한 것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취하기 위해서 섬기는 일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지만, 잘 섬긴 결과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다. 이 두 가지는 선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는 사람에게서 영광을 얻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에게 눈을 흘기다가 잘 섬긴 까닭에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할 사람까지 매도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신자들마저도 잘 섬긴 사람들을 존경하고 칭찬하는 데 인색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잘 섬긴 사람에게 아름다운 자리를 내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며, 교회에서 잘 섬긴 사람이 아름다운 자리에 앉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름다운 교회가 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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