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 (25) 미디어 이해와 활용

새벽지기1 2016. 9. 24. 07:53

수동적 시청자서 적극적 비평가로


  
 ▲ 신국원 교수 

캐나다의 유명한 언론학자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마사지요 메시지”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은 문화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무엇인지 매우 잘 보여줍니다. 실제로 텔레비전, 인터넷, 영화와 SNS가 만들어내는 말과 유행은 우리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매만집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머리 속 생각도 주무릅니다. 미디어는 단지 문화를 전달하는 수단만이 아닙니다. 문화를 만들고 교육하는 기능까지 하는 삶의 핵입니다.



첨단 미디어의 역기능

맥루한은 모든 도구가 신체의 연장(延長)이라고도 했습니다. 망치는 손의 연장이고 망원경은 눈의 확장이며 보청기는 귀의 연장입니다. 그렇다면 미디어는 목소리의 연장입니다. 미디어는 우리의 목소리를 엄청나게 확대해 세상 끝까지 들리게 만듭니다. 문제는 강력한 도구일수록 바르게 사용되지 못하면 역기능도 커진다는데 있습니다.


첨단 미디어가 드러내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살아있는 관계를 위축시키는 경향입니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SNS의 사용이 많아질수록 그에 반비례하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와 직접적인 교류가 감소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디어의 근본 목적이 의사소통인데 진정한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안 된다면 분명히 역설적인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은 국가와 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무한한 정보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교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이 자동적으로 의사소통을 보장하고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대량으로 유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정보 스모그(data smog)라고 부르는 어지러운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미디어의 속성 이해

미디어를 바로 사용하려면, 첫째로 미디어의 기본 기능은 의사소통이며 특히 진리의 전달이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동물도 의사소통을 하지만 다양한 상징과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사실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서 의미와 진리의 소통을 통해 관계를 형성해 문화와 사회를 만드는 기초입니다.

둘째로 미디어는 사회제도라는 점도 간과하면 안됩니다. 미디어는 정보통신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규정하는 정책과 함께 비로소 작동합니다. 영화가 오락적 매체로 정착되는 과정에는 기술적 요소보다 사회적이며 제도적인 결정이 더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의 폐해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대개 “훌륭한 과학기술이 악한 사회 제도로 전락”한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셋째로 다양한 미디어를 바로 사용할 줄 아는 지혜를 길러야 합니다. 미디어는 각기 다른 호소력을 가집니다. 시각매체는 감성적 요소가 청각 매체보다 강합니다. 영상세대를 감성세대라고 하는 것을 그 때문입니다. 같은 내용을 글로 읽는 것과 노래로 듣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성경 구절이라도 헨델의 메시아를 듣는 것과 그에 대한 설교는 아주 다른 감동을 줍니다. 어떤 미디어를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를 아는 것은 중요한 지혜입니다.


미디어의 바른 사용

  
 ▲ 일러스트=강인춘 
 

어떤 기술이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더 선할 수 없습니다. 온 국민이 세월호의 참사를 놓고 슬퍼하는 와중도 장난삼아 악성 메시지를 날리는 이들이 그 실태를 잘 보여줍니다. 과거의 모든 기술적 혁신이 그랬듯이 오늘의 첨단 미디어도 순기능에 비례해 많은 역기능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발전할수록 불건전 정보 유통의 양과 형태의 다양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제2의 환경이 되어버린 미디어를 무시하거나 정죄하고 배격하기보다 바로 활용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합니다. 미디어 사용은 판단을 거쳐 이루어지기에 결코 수동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첨단 미디어를 바로 쓰기 위해서는 능동적이며 해석적이 되어야 합니다. ‘수동적인 시청자’ 대신 ‘적극적인 비평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적인 관점에서의 해석적 태도와 능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도 세상 못지않게 미디어를 사용하지만 그것을 신앙의 눈으로 반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신앙 공동체는 미디어 활용에 있어서도 참되고 경건하고 옳고 정결하며 칭찬받을 만한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빌 4:8). 특히 어른들은 자녀들이 미디어를 바르게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미디어가 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제도를 만들고 개선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