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 (13)추모의식의 기독교적 변혁

새벽지기1 2016. 9. 3. 11:24


참된 섬김으로 복음적 추모문화 정착

진심어린 감사와 효 실천이 제사를 예배로 바꿔


  
 ▲ 신국원 교수 

제사문제로 믿지 않는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설에도 고향집에서 싸 준 제사 음식을 휴게소에서 모두 버렸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습니다. 음식을 버리는 것이 죄스러웠지만 꺼림직 했다는 겁니다. 조상제례는 여전히 살아있는 난제입니다. 



살아있는 난제

구정은 새해의 의미 대신 가족 간 유대를 다지는 날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배와 제사가 설 문화의 중심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세배는 어른께 인사를 드리는 좋은 풍습입니다. 하지만 제사는 죽은 이들을 복을 내리는 신적인 존재로 섬기는 일이므로 피해야 할 우상숭배입니다. 문제는 안 믿는 이들일수록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기억해줄 행사인 제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데 있습니다. 제사에는 종교적 측면뿐 아니라 이런 사회심리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성도들 중에도 제사를 빠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 모임 자체를 피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우상숭배하는 자들을 도무지 사귀지 말라 하는 것이 아니니 만일 그리 하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전 5:10) 하물며 제사 때문에 가족을 멀리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신앙양심을 지키면서 예절도 갖출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절은 않더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는 지키는 것이 한 방법일수 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복을 받거나 화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가족의 화목을 위해 기꺼이 도우면 될 것입니다. 우상은 헛것이니 음복 역시 귀신이 먹다 남은 것이라고 여겨 피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고전8장) 믿음이 약해 꺼림직 해 탈이 날 정도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허례허식에 대한 비판

교회가 선교 초기부터 제사를 금한 것은 신앙적 이유만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선진적 문화 혁신의 의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제사는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왕실이 정통성을 과시하기 위해 중국 제례를 채용한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제사에 기복적 미신만이 아니라 가문을 과시하려는 허례허식이 깃들어 있음을 갈파해 이를 버리려 했던 것입니다.


천주교는 제사를 배척했다가 많은 순교자를 냈으나 훗날 민속문화로 수용하고 말았습니다. 개신교 일부 교단에서도 제사를 추도예배의 형식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사의 본질이 죽은 조상을 신격화하고 그들에게 복을 비는 행위임을 간과한 것입니다.


오늘날 기독교인이 조상제례를 하지 않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이는 순교와 박해를 대가로 얻은 신앙의 전통이며 표지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사회 전체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모의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바른 조상의 추모

  
 ▲ 일러스트=강인춘 

추모의식의 기독교적 변혁은 제사를 예배로 바꾸는데 있습니다. 어떤 예배건 중심은 언제나 창조주요 구주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입니다. 조상에 대한 추모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하신 일을 기념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신앙의 조상뿐 아니라 낳고 기르고 가르쳐준 선조의 은혜와 공을 기림이 포함됨은 물론입니다. 살아계신 어른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정신과 효의 실천이 함께 해야 함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추모문화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길은 명절이나 기일을 복음 증거와 사랑 나눔의 날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평소 가족들에게 진실한 자세로 대해야 가능한 일임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함께 모였을 때엔 사랑과 너그러움과 베품이 중요합니다. 참된 섬김의 삶을 통해서만 그리스도의 사랑과 영생에 대한 소망의 이유를 증거할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례와 같이 오랜 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불가능은 아닙니다. 수천 년간 굳어진 매장문화가 화장으로 바뀐 것을 보십시오! 화장이 대세로 바뀌는데 불과 몇 십 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2의 선교대국으로 부상한 한국교회가 언제까지 제사문제에 발목이 잡혀있을 수 없습니다. 복음적 추모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불교와 유교권은 물론이고 세속화된 서구에까지 참된 추모의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