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깊이 있는 책읽기

새벽지기1 2016. 9. 2. 07:05


인격의 깊이를 결정하는 독서, 후회하지 않을 양서를 선택하라 

책 읽기 좋은 가을이다. 요즘 출판되는 책들을 살펴보면 재미있고 쉬운 도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자연히 바쁜 목회자나 일반 성도들은 이런 책들에 쉽게 손이 가게 된다. 물론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목회자들에게 쓴 소리를 한마디 하고 싶다. 아무리 바빠도 독서의 질을 너무 떨어뜨리지 말라는 것이다. 은퇴를 한 다음에 목회자에게 이런 충고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자주 생각하고 있다.

독서, 인격과 사역의 깊이를 결정한다
목회자에게 독서란 인격과 사역의 깊이를 결정하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가 사역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목회자는 대단히 바쁜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적인 독서를 습관화한다는 것은 격렬한 전쟁을 치루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교회를 위해 후회하지 않을 양서를 선택하는 것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려 하는 것만큼 목회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일이다.

가벼운 독서는 사역의 질을 떨어뜨린다
지금은 좋은 책들의 홍수 시대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목사들이 독서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읽기 쉬운 가벼운 책들을 적당히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부담이 되는 책들은 서평 정도만 읽고 옆으로 밀쳐놓는 것이 다반사인 것 같다.
그래서 사역의 질도 떨어지고 설교의 깊이도 잃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는 후배들에게 간절히 소원한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말하고 가볍게 잊어버리는 메시지에 익숙해져 직업적인 메신저가 되는 함정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 교회를 사랑해서 실천해야 될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몸은 늙어도 지성은 역주행하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양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눈이 많이 피곤해서 독서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젊어서 눈을 너무 혹사한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1년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책을 읽었다.
할 수 있으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들을 되씹으면서 읽고 멘트를 달고 기억하여, 몸은 늙어가지만 내 지성은 역주행을 하도록 억지를 부렸다. 나는 이런 억지를 후회하지 않는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몇 년 사이에 내가 탐독한 책 가운데서 몇 권을 소개한다. 이중에는 이전에 한두 번씩 읽은 책도 있고, 최근에 선택해서 읽은 책도 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지 않은데, 편집실에서 하도 성화를 부려 억지로 입을 열고 말았다. 사랑하는 목회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거스틴의 『참회록』(크리스챤다이제스트)
이 책은 이미 기독교에서 화려하게 조명 받은 명저이다. 위대한 성자라 불리는 어거스틴의 진정한 참회와 진리추구의 면면을 통해 깊이 명상하고 고찰해야 할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과거에도 몇 번 읽은 적이 있지만 최근에 다시 정독을 했다. 나 자신의 영적 경계선을 넓히기 위해 언제 읽어도 은혜의 강수가 흘러넘친다.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홍성사)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는 기독교 변증의 최고 걸작품으로 왜 우리가 예수님을 믿어야 하는지, 왜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지를 누구보다도 지성인들에게 강력하게 변증하고 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치밀한 논리와 내용의 깊이 때문에 빠져든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기독교를 진짜 알기 위해 언젠가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고 한다.

한스 큉의 『교회』(한들출판사)
수십 년 전 이미 읽은 책이지만, 얼마 전에 한국어 번역판이 나온 것을 보고 다소 방대하고 무거운 내용임에도 정독을 했다. 읽으면서 ‘독서삼매경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지상의 교회가 부름 받은 하나님 백성들의 모임인 동시에 세상으로 보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공동체라는 사도성의 진리를 나에게 처음 일깨워 주었던 책이자, 지난 30년 동안 나의 제자훈련 목회의 든든한 신학적 골격이 되어준 책이다.

마더 테레사의 『나의 빛이 되어라』(오랜된미래)
마더 테레사는 세계가 추앙하는 성녀이지만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어두운 영적 세계를 놀랍도록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가 평생 견지한 신앙과 삶을 보면,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에서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독특하고 신비한 세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정반대의 실토를 하고 있는 것을 본다. 평생 그의 내면에는 지옥 같은 어두움과의 사투가 끊이지 않았다는 말 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고백 앞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 테레사의 위대함이 어디에 있는가를 새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스탠리 존스의 『순례자의 노래』(복있는사람)
스탠리 존스 선교사는 진정한 선교사의 행복이 어디 있는가를 64년간의 인도 선교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왜 나에게는 이런 행복이 부족했는지를 많이 자성하게 했다.

웨인 마틴데일의 『C. S. 루이스가 말하는 천국와 지옥』(사랑플러스)
매우 흥미로운 그러면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주제여서 이 책을 손에 들자마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한마디로 C. S. 루이스는 천국에 대한 나의 상식적인 통찰력을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 주었다. 천국을 보는 패러다임을 180도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날마다 사모하게 만들었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천국 이야기들이 많이 나돌고 있는 요즘, 정말 천국을 알고 싶으면 그리고 가고 싶으면 미루지 말고 1독, 3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