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오랫동안의 침묵이었습니다

새벽지기1 2016. 8. 30. 07:10


제자훈련 목회가 잘못하면 자기 건강과의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만큼 견본처럼 보여주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자훈련 열정 40년』을 돌아보면 초창기 15년을 빼고는 언제나 크고 작은 육체의 고통을 가지고 씨름을 해왔으니 내 말이 크게 과장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2년 전 이때만 해도 나는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한국에서 CAL세미나를 마치고 곧 미국으로 건너가 거기서도 세미나를 인도했습니다. 어디를 가나 세미나의 열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곧장 파리로 달려가 그곳 프랑스 복음주의 교단의 목사님들과의 뜻깊은 회동을 가졌고, 현지 신학교를 방문하여 좋은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평신도를 깨운다』의 불어판 출간 기념회를 하면서 아프리카의 불어권 지역에서 헌신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을 초청하여 그들에게 제자훈련을 선교전략으로 접목시키는 일을 가지고, 3일 동안 뜨거운 토론을 하는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리한인장로교회에서 3일밤 집회를 인도하고 돌아왔습니다. 

 
거의 한달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돈 셈이었습니다. 귀국하자마자 그동안 간간히 나오는 기침이 이상해서 진찰을 받았더니 폐암이라는 달갑지 않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계획한 대로 CAL세미나 20주년 기념행사를 거창하게 치렀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곧 시작된 6월의 세미나에 들어가 첫 시간인 광인론만 해주고, 양해를 구한 다음 곧장 수술실로 들어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코 발을 들여 놓고 싶지 아니했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힘들게 통과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받은 수많은 검사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리고 3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의사 앞에 앉으면, 마치 판사 앞에 선 사형수의 심정과 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2년이 넘어가니까 이제는 6개월마다 만나자고 무슨 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는 평소에 내가 주님을 위해 죽도록 충성하면 내 건강은 주님이 지켜주신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건강이 우상이 되어 사역에 충성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사랑’의 죄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건강관리는 대부분 나의 관심사에서 변두리에 밀려 있었습니다. 내가 어디서 누구한테 이런 과격한 ‘헌신론’을 배웠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몸을 아름답게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틀림없이 ‘너 좀 지나친 것 아니냐?’라고 핀잔을 하셨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나이 들어 조금씩 깨우치고 있으니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큰 병을 안고 씨름하면서 창조자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귀한 몸을 고마운 줄 모르고 함부로 혹사하는 것은 자기 몸을 너무 아껴 우상처럼 떠받드는 잘못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더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별로 유쾌하지 못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고 인정하는 것과 같이 제자훈련은 상당한 체력 싸움입니다. 우리가 겪는 체력 소모는 일반 회사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느끼는 것과 다릅니다. 우리에게는 육신의 피곤보다 더 무거운 영적인 부담감이 있습니다. 영적인 부담감은 체력을 더 많이 소모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까지 위험수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역자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건강관리의 노하우를 터득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나는 경험을 통해 바울의 고백이 어느 정도는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자주 경험하였습니다. ‘내가 약할 때 곧 강함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에게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사도로서 특별한 은혜를 받았으니까요. 그러나 나의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몸이 약하면 은혜도 떨어지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존경하는 후배 목회자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건강한 영성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는 말이 부분적으로는 진리라는 사실을 긍정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님의 특별한 은혜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