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 디사이플> 100호를 돌아보며

새벽지기1 2016. 8. 23. 07:23


며칠 전 미래학의 대부로 알려진 미국의 짐 데이토(Jim Dator) 박사가 우리나라 모 일간지 기자와 특별대담을 한 내용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21세기는 지식 위주의 정보 사회에서 ‘이미지’를 중시하는 꿈의 사회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상품이 지닌 정보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그 상품이 풍기는 이미지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의 아들은 마이클 조단이 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나이키 신발만 신으려고 한단다. 그 아이는 농구의 신화적 존재가 된 조단이 그 신발을 신고 경기하면서 만든 이미지에 매료되어 있는 것이다. 이같이 우리 앞에는 정보보다 이미지가 더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그렇게 되면 이미지가 나쁜 것은 아무것도 살아남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 중에 교회가 끼이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이야기가 오늘의 제자훈련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렸다.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교회는 제자훈련 정보에 목말라하는 목회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확실하게 배우고,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에 조금이나마 부응하기 위해 비록 볼품없는 초라한 것이었지만, 격월간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이름을 단 책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의 월간 <디사이플>의 효시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제자훈련의 정보보다 그 이미지가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하는 놀라운 교회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자훈련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하는 갈증보다 행복한 제자훈련의 이야기들이 풍기는 좋은 이미지에 매료되어 제자훈련에 관심을 가지는 목회자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변화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좋은 소문을 내는 제자훈련 교회가 사방에 깔려 있다. 그런 교회들로부터 이런 말들을 자주 듣는다. 원래 문제가 많은 교회였는데 몇 년 동안 제자훈련에 올인 하더니 몰라보게 달라졌다느니, 제자훈련을 한다는 말이 돌면서 교회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느니, 당회원이 제자훈련을 받더니 교회 분위기가 사랑이 넘치게 되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제자훈련에 대한 이미지를 양질의 것으로 계속 바꾸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디사이플>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열심히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훌륭하게 해왔다. 막연한 소문으로 듣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해서 건강한 도전을 주었을 뿐 아니라, 제자훈련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 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좋은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제자훈련을 생각만 해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의 밝은 미래를 활짝 열어 보일 것이다. 목회하다 지치고 낙담하고 있는 자들을 벌떡 일어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한 영혼을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하게 만드는 데 힘을 다 쏟고 있는 동역자들을 떠올리며 기도한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또렷하다. 평신도를 ‘작은 예수’로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이 목회자가 주님으로부터 받은 중차대한 소명임을 확신하고, 그 일에 미치는 자들은 한결같이 닮은 데가 있어서 조금도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제자훈련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인한 건강한 이미지 때문에 세계 교회가 우리를 주목하게 되리라고 믿는다.


하나님의 나라는 목사의 유명세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거룩한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평신도가 유명하게 될 때, 그 찬란한 결실을 볼 수 있다. 유능한 목사가 만드는 이미지가 아니라 예수의 제자 된 평신도가 만드는 이미지로 옷을 갈아입는 교회가 세상을 구원하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 나는 이런 교회가 온 세계에 충만하기를 빈다. 그 날이 오기까지 <디사이플>도 쉬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