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국원교수

[기독교문화 변혁, 핵심 읽기] (2)외모 중심주의 문화의 해체

새벽지기1 2016. 8. 20. 07:37

이미지 바로보는 시각 회복해야

우상화된 성적 이미지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노력 중요


  
 ▲ 신국원 교수 

한 어머니가 등교 길에 정신을 잃고 주저앉은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답니다. 딸을 진찰하는 의사에게 어머니가 이렇게 푸념했다지요. “저 놈이 다이어트 한다며 포도주스만 마셔댈 때 이런 일 낼 줄 알았어요. 영양실조지요?” 의사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아닙니다. 농약 중독입니다.” 먹거리 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려고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 같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실조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외모중심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단면입니다.



다이어트 영양실조 증후군

실제로 지난 주 일간신문 1면에 “가장 건강할 나이에…20대 여성 25%가 영양부족”이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질병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그들의 절반이상이 아침을 굶는다는 것입니다.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증 때문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외모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건강하고 발랄하던 소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기 몸에 대해서 불만과 불안에 휩싸이며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이유를 연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같은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성적 이미지의 영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녀들은 어려서 가졌던 이미지들이 순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외모 지향적 자기 이해가 문제인데도 그것은 인식조차 못하게 세뇌 당한 것입니다. 소위 얼짱과 몸짱 문화가 그렇게 만든다는 겁니다.

불행히도 이것이 현실입니다. 입시 면접 때 자세히 보니 거의 모든 여학생들이 쌍꺼풀을 가지고 있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성형수술이 범람하는 것은 왜곡된 문화 탓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날씬한 몸매를 지향하는 다이어트로 여성들의 식생활 균형이 깨어진 것도 대중매체에 범람하는 잘못된 아름다움의 이미지 때문이라는 설명에 동의할 수밖에 없고요.


광고의 마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상업적 문화가 주범이라고 합니다. 본능에 호소하는 성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광고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 신문, 잡지, 길거리 광고판이 성적 이미지로 온통 도배질 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눈길이 닿는 곳 어디나 성적 매력을 표출하는 이미지 천지입니다. 성적 이미지의 과용은 분명히 문화가 병들었음에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진 킬본(Jean Kilbourne)이라는 문화학자는 광고가 인간관계를 상품화하는 주범이라고 주장합니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있는 지금, 특히 광고는 삶의 모든 가치를 상품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까지도 사고 팔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고귀한 이상과 꿈을 몇 푼짜리 상품을 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는 것입니다.

광고는 그렇게 작동합니다. 광고에 나오는 너무도 비현실적 이미지는 보통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몸이 형편없이 열등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소위 ‘포토샵’으로 조작되는 환상적 이미지 앞에서 누구나 열등감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의 목표는 특정 상품을 사면 그런 몸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는 것입니다. 물론 환상은 실현 되지 않고 갈망만을 더욱 부추길 뿐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광고의 마술입니다. 소비자의 헌신 즉 중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실과 중독의 관계는 상호적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상실과 소외 속에서 중독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왜곡된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

이런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눈 감고 귀 막는 것이 방법은 아닙니다.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의 가치관을 본받지 않는 눈과 귀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롬 12:1~2) 모든 가치의 해체를 부르짖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진짜 해체해야 할 것은 상업적으로 왜곡된 이미지들입니다.


우선 이미지를 바로 읽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특히 패션이나 유행을 다루는 여성잡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거의 조작된 몸이라는 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 말입니다. 예를 들어 바비 인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형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이미지에 반응하는 대신 비판적으로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광고는 본래 생각 없이 보는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하지요. 특히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잘 먹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상업적 이미지를 뚫어보는 궁극적 방법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보는 시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부모 형제의 모습을 탐욕의 눈으로 살피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외모를 포함해 모든 사람을 인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회복해야 합니다. 오늘날 대중매체는 문화산업의 자본과 그에 고용된 예술가들이 지배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허황된 이미지가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문화가 투영하는 모든 왜곡된 이미지는 우상입니다. 성적 이미지가 우상화된 세상 속에서 비판적인 안목을 길러야 성도로 바르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신국원 교수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