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어거스틴

종종 선인과 악인에게 차별없이 임하는 축복과 불행에 관하여 / 어거스틴

새벽지기1 2016. 7. 5. 22:29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면 하나님의 자비는 왜 심지어 하나님을 모르며 감사치 않는 자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일까?”라고 질문할는지 모른다. 이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그것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시는”(마5:45) 분의 자비라는 것이다

 

어떤 악인들은 이런 사실을 생각함으로써 회개하고 자기들의 불경건을 고치지만, 그 사도에의 말대로 다른 악인들은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용납하심과 길이 참으심의 풍성함을 멸시하며 각 사람에게 행한 대로 보응하시는 하나님의 의로우신 판단이 나타나는 진노의 날에 임할 진노를 쌓고 있다”(롬2:4,5).

 

그렇지만 하나님의 채찍이 선인들을 참을성 있게 인내하도록 훈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은 아직도 악인들이 회개하도록 초대하신다. 악인들을 징벌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엄격함이 완화되듯이, 선인들을 소중히 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자비가 그들을 감싼다.

 

하나님은 섭리로써 의인들을 위해서는 불의한 자가 누리지 못할 장래의 축복을, 또 악인들을 위해서는 선인이 당하지 않을 슬픔을 예비하기로 결정하셨다. 그러나 그분은 현세의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은 선인과 악인에게 동시에 임하도록 의도하셨다. 그래서 악인들도 동일하게 향유하는 모습을 보이는 어떤 것들을 우리가 지나치게 탐하지 않게 하고, 또한 심지어 선인들도 종종 겪는 해악으로부터 지나친 두려움을 가지고 움츠러들지 않도록 하셨다.

 

축복이라고 생각되는 일들과 불행이라고 간주되는 사건들이 각각 사용되는 목적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선인들은 이 세상의 좋은 일들로 인하여 의기양양해 하지도 않고, 이 세상의 나쁜 일들로 인하여 압도당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악인은 현세의 행운에 의하여 타락해 있기 때문에, 불행에 의해서는 자신이 징벌받는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흔히 행운을 베풀거나 불운을 안겨줄 때조차 그분의 행동양식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의 모든 악행에 대하여 명백하게 벌이 가해진다면, 마지막 심판을 위하여 남겨질 것이 하나도 없게 되리라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나님의 능력이 현세에 저질러지는 어떠한 죄악에도 공개적으로 징벌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섭리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제기될 것이다.

 

현세에서의 행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이 간구하는 사람들에게 눈에 보일 정도로 관대하게 행운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런 현세적인 축복이 그분의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그분께 구하기만 하면 번영을 베풀어주시는 경우에는, 하나님이 단지 그런 보상을 위해서만 섬김받을 수 있다고 우리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그분을 섬김으로써 경건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탐욕스럽고 욕심만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선인과 악인이 함께 고통당하며 또 그들이 당하는 고통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들 사이에 결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통이 비록 같다고 할지라도 고통받는 사람들은 여전히 다른 채로 남아 있다.

 

덕과 악덕은 비록 같은 괴로움을 겪는다고 할지라도 동일하지 않다. 금을 빛나게 만드는 그 동일한 불은 왕겨가 연기를 내도록 만들기도 한다. 하나의 도리깨가 쭉정이를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동시에 알곡을 걸러내기도 한다. 같은 압착기에서 눌린다고 하여서 기름이 찌꺼기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선인들을 검증하고 정결케 하고 순수하게 하기 위하여 엄습하는 난폭한 일이 악인들을 저주하고 파멸시키고 근절 시키도록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똑같은 고난을 당할 때에 선인들은 기도하고 찬양하는 반면에, 악인들은 하나님을 증오하며 모독한다.

 

이로 보아 우리는 고난당하는 자의 본성이 중요하지, 고난의 본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구정물통을 혼들어 보아라. 그러면 더러운 악취가 풍길 것이다. 이제 향료를 흔들어 보아라. 똑같은 동작이지만, 이때에는 향기로운 내음이 솟아오를 것이다.

 

- 어거스틴, 『하나님의 도성』, pp 9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