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우리가 이른 곳, 우리가 이를 곳 (히 12: 18-24)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4. 23. 04:21

 

해설:

이어서 저자는, 독자들이 믿음을 통해 처한 영적 상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시내 산을 비유로 삼는다(18-21절). “시내 산”(18절)이라는 말이 원문에는 없는데, 번역자가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첨가해 넣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계시를 주시기 전에 백성을 시내 산으로 모으라고 하셨는데, 산 아래에 경계선을 그어 그 이상을 넘어오지 못하게 하도록 하셨다(출 19장). 그 경계선을 넘어설 경우, 사람은 물론 짐승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다. 나중에 그 사건을 회고하면서 모세는 “나는 두려웠습니다”(신 9:19)라고 고백했다.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내 산 같은 곳이 아닙니다”(18절)라는 말은 하나님에게 정도 이상 가까이 갈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죄에 물든 인간은 하나님의 거룩성을 침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율법 시대에는 간접적으로, 거리를 두고, 제한적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독자들이 믿음을 통해 처한 영적 상태를 시온 산에 비유한다. “시온 산”(22절)은 예루살렘을 가리키기도 하고 성전을 가리키기도 한다. 저자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이라는 표현을 더함으로써, 예루살렘 도시나 성전이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에 임할 새 예루살렘(계 21:9-27)을 가리킨다. 지금은 우리에게 가려져 있는 하나님 나라가 마지막 날에 현실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지금 믿는 이들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지만, 영적인 의미로는 하나님 나라 즉 새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믿음으로 이른 곳(하나님 나라)에는 “축하 행사에 모인 수많은 천사들”(22절), “하늘에 등록된 장자들의 집회”,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 “완전하게 된 의인들의 영들”(23절) 그리고 “새 언약의 중재자이신 예수”(24절)가 계시다. 그 영광스러운 곳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가 뿌리신 피” 때문이다.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하게 말해줍니다”라는 말로써 저자는 예수님의 피와 아벨의 피를 대조시킨다. 아벨의 피는 하나님에게 복수를 호소했다(창 4:10). 반면,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은 용서와 은혜를 호소한다.

 

묵상:

우리가 받은 구원은 놀라운 것입니다. 우리는 믿음 안에서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유업으로 받았고, 영원한 생명을 약속 받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나라의 시민이며, 그 나라에서 영원히 지속되고 있는 축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 모여 드리는 예배는 하나님 나라에서 계속되고 있는 영원한 예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믿음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이 올 때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자격을 얻은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은혜 때문입니다. 아벨의 피는 하나님께 복수를 호소했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흘리신 피는 모든 인류의 죄 용서와 은혜를 호소했습니다. 보혈의 공로를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으로부터 용서와 사랑의 은혜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아직 우리에게 감추어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숨겨 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죄로 인해 우리의 눈이 어두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이 마지막 날에 우리 앞에 현실로 드러날 것입니다. 지금 현실이라고 부르는 그것이 현실이 되고, 지금 초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현실이 될 것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믿는 이들이 그곳에 이미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오직 믿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하나님 나라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기에, 때로 심한 고난 앞에서 혹은 강력한 유혹 앞에서 우리는 믿음의 길을 벗어날 위기를 겪습니다. 그것은 에서가 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내어 준 것처럼 어리석은 일입니다. 큰아들로서의 권리는 아직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그것을 하찮게 여겼습니다. 죽 한 그릇으로 당장의 허기를 면하기 위해 장차 얻을 유산을 잃었습니다. 

 

기도:

부활하심으로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증명하신 주님, 저희의 마음의 눈을 뜨게 하셔서 그 나라를 보게 하시고, 마지막에 임할 새 하늘과 새 땅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 그 나라를 살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