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인정 욕구와 상승 욕구 (막 10:35-40)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3. 5. 04:51

해설:

야고보와 요한은, 죽음과 부활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에는 필시 다른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분이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이유는 메시아로서 영원한 왕국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 바짝 다가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 달라고 청한다(36절).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 중에서 자신들을 특별 대우해 주셨다고 믿고 이렇게 청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시자, 그들은 “선생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하여 주십시오”(37절)라고 답한다. “영광을 받으실 때”는 메시아 왕국을 세우시고 그 나라의 왕으로 등극할 때를 의미한다. “오른쪽”과 “왼쪽”은 가장 높은 권력의 자리를 의미한다. 제자들은, 메시아 왕국이 세워질 때 누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인정 받을지를 두고 다투곤 했다(9:33-34). 야고보와 요한은 선수를 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자 예수님은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38절)고 답하신다. 메시아로서 예수님이 하시려는 일과 그들이 바라는 일이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마시는 잔을 마시고 당신이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물으신다. 그들은, 그것이 승리의 축배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할 수 있습니다”(39절)라고 답한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것이다”라고 답하신다. “잔”과 “세례”는 죽음에 대한 비유로 사용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예언이었다. 그들은 축배를 기대했지만, 고난과 죽음의 잔을 마시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야고보는 사도들 중 맨 먼저 순교의 세례를 받았다(행 12:1-5). 

 

예수님은 “내 오른쪽과 내 왼쪽에 앉는 그 일은, 내가 허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해 놓으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40절)라고 덧붙이신다. 하나님 나라에서 어떤 몫이 주어질 지는 온전히 하나님의 소관이다. 그것은 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 주실 것이므로, 우리는 이 땅에서 우리가 할 일을 행하는 일에만 힘쓰면 된다. 

 

묵상:

야고보와 요한의 언행을 통해서 우리 안에 있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높아지고 싶은 욕망”을 봅니다. 이것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욕망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데 죄에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죄성에 물든 욕망은 우리로 하여금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을 바라고, 넘지 말아야 할 한계를 넘어서도록 흔듭니다. 다른 사람들을 경쟁자로 여기고, 어떻게든 그 경쟁에서 이기려 합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삼년 동안 동고동락한 동지들에게 선수를 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욕망에 사로잡히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폐기처분 하고 저열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예루살렘으로 이동하는 동안,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당할 고난과 죽음과 부활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해 주셨는데도, 제자들은 끝까지 그 말씀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메시아와 메시아 왕국에 대한 그들의 고정 관념이 얼마나 강고했는지를 반증해 줍니다. 그들이 아직도 인정 욕구와 상승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사실이 그토록 놀랍기 때문에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에 그들에게 일어난 변화는 더욱 놀랍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오순절에 성령의 충만함을 받은 후에 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메시아 왕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얻고 싶어했던 야고보는 열두 사도 중에 첫번째 순교자가 되는 역설적 영광을 얻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성령의 충만함을 얻은 후에 제자들은, 그들이 마시고자 했던 승리의 축배는 실상 독배였고, 그들이 얻으려 했던 영광은 덧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욕망을 사로잡고 있던 죄성이 치유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제서야 그들은 인정 욕구와 상승 욕구로부터 해방되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았습니다. 그들은 높아져서 군림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낮아져서 다른 사람들을 섬겼습니다. 메시아의 나라는 오직 사랑과 섬김을 통해서만 임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기도:

주님, 저희는 아직도 인정 욕구와 상승 욕구에 넘어질 때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낮아지는 척하지만 마음 속에는 높임 받고 싶은 욕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속속들이 퍼져 있는 이 죄성을 제하여 주시어, 오직 주님께만 눈길을 두고 이 땅에서는 낮아져서 섬기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항상 주님 나라 안에 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