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강원도 평창으로 결정됐다. 삼수만이다. 독일과 프랑스와의 경합에서, 그것도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오랜만에 지역의 차이, 여야의 차이, 빈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즐거워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유치위원들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흘린 땀의 결실일 것이다.
모두가 평창 올림픽 결정 사실에 열광한다. 경제 효과가 50조 이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상징적으로 어느 티브이 방송 앵커는 그 사실을 보도하면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나는 별로 흥이 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사실에 근거한 것도 있고, 단순히 느낌에 근거한 것도 있다. 사실과 느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평창 올림픽이 결정되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했다.
평창 올림픽 유치단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68분에 주파하는 철도를 건설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훗날 그 철도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겠는가. 활강 코스를 만들 후보지는 자연훼손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앞으로 특별법을 만들어서 국가적으로 평창 올림픽 준비를 지원하게 될 텐데, 천문학적 돈이 투자될 것이다.
그렇게라도 낙후 지역인 평창이 발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경제적으로 손해가 나더라도 대한민국의 이름을 떨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경제 효과 50조 운운은 무의미하다.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는 거의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이번에 독일의 뮌헨을 이겼다고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뮌헨 사람들은 올림픽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50% 정도의 지지밖에 안 된다. 우리는 90% 이상이다. 뮌헨 같은 도시는 이미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기반시설이 충분하기 때문에 조금만 더 투자하면 행사를 치를 수 있지만, 평창은 모든 걸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도 뮌헨 사람들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에 우리는 결사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금 우리가 겨울올림픽을 개최할 때인가? 대학생 등록금, 무주택자들 문제, 통일 기금, 의료와 일자리, 최저임금 등등, 생존을 위해서 돈이 투자되어야 일들이 산적해 있다. 어떤 이들은 2018년까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격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림픽이 거기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담긴 발언이다. 그렇게 된다면야 좋겠지만 빚을 내 큰 잔치를 벌인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높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겨울올림픽을 그것과 전혀 다르다. 아프리카와 남미에는 겨울 스포츠가 거의 없다. 겨울스포츠는 유럽과 북미의 잘 사는 나라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이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 유럽과 북미 사람들이 평창으로 놀러오겠는가? 평창에서 반복해서 국제 시합을 개최할 수 있겠는가? 나는 회의적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왕 결정된 일이니 잘 치러야하지 않겠는가. 바라기는 히틀러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파시즘 선전의 도구로 이용했듯이 평창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더 근본적으로 국제대회보다는 내실에 관심을 갖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좀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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