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귀한 손님을 만났소. 잠자리오. 무슨 잠자리인지 이름은 모르겠소. 그냥 수수하게 생긴 녀석이오. 장마중이니 저 녀석들이 심심했을 거요. 잠시 비가 그친 사이 옆집 흙담에 기대 자라고 있는 작은 대나무에 앉아 있소. 한번 찍고 좀더 접근해서 찍으려고 했더니 휙 날아가 버렸소. 그 저녁의 투명한 날개를 잘 찍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소. 아래는 잠자리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오른 쪽으로 4미터쯤 떨어진 곳에 난 산딸기요. 아직 맛은 못 봤소. 잠자리와 산딸기는 사진기를 들고 설쳐대는 나를 무엇으로 인식했겠소? 여기에 인식이라는 말을 꼭 붙일 필요는 없소. 인식이 있어야만 관계가 맺어지는 건 아니오. 각각 다른 형태로 그 순간에 각자가 거기에 있었소. 그것 자체가 이미 어떤 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게 아니겠소? 잠자리, 산딸기, 그리고 인간.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이 있으라 하시니 / 정용섭목사 (1) | 2024.09.27 |
---|---|
빛이 있으라! / 정용섭목사 (1) | 2024.09.27 |
원당일기(18) / 정용섭목사 (1) | 2024.09.26 |
원당일기(17) / 정용섭목사 (0) | 2024.09.26 |
죄의 법을 섬겨라! / 정용섭목사 (0) | 202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