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3-5절에 따르면 하나님은 창조 첫째 날 빛을 만드셨소. 빛이 첫 번 피조물이오. 빛 이전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되오. 그런데 2절에는 이미 땅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오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이게 무슨 뜻인지를 생각하면 너무 골치가 아프니 그냥 넘어가겠소. 창조 설화가 창조 논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일일이 따질 필요는 없소.
아무도 창조 사건을 본 사람은 없소. 창세기 기자들이 그것을 마치 본 것처럼 쓰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신학적 해석이오. 창세기 기자와 더불어 우리는 창조 사건을 본 게 아니라 창조 세계를 보고 있소. 이 세상에 빛이 있고, 나무가 있고, 땅이 있고, 별과 달이 있소. 이런 것들의 순서를 아는 사람은 없소. 성서는 그것을 나름의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은 확인된 것이 아니라오. 우리 앞에 놓인 세계를 먼저 보고 창조 사건을 쓴 거라는 말이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기 생각이 돌아가는 대로 쓴 것은 아니오. 그대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창조 설화는 바벨론의 비슷한 설화의 영향을 받았소. 그대로 받아쓴 것은 아니고 모티브와 대충의 얼개를 빌려온 것이오. 그 내용의 차이는 복잡한 문제니까 그냥 넘어가는 게 좋겠소.
창세기 기자가 빛을 첫 창조로 본 것은 옳소. 다시 말하지만 이 순서를 결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오. 아무도 창조의 순서를 아는 사람은 없소. 창세기 기자가 볼 때 세계가 이렇게 돌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빛이라는 뜻이오. 그런지 아닌지는 그대가 생각해보시오. 아마 수긍을 할 거요. 빛이 없으면 다른 건 접어두고라도 사물을 인식할 수 없소. 무엇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인식할 수 없다면 없는 거나 다름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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