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에 대한 앞의 이야기를 보충하겠소.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의미하오. 독일어로 부르심은 Beruf요. 베루프는 직업이라는 의미도 되오. 하나님의 부르심과 직업은 동일하다는 뜻이오. 칼뱅도 비슷한 의미로 말했소.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미 알았을 거요. 신학교에 가거나 선교사가 되는 것, 또는 장로가 되는 것만이 소명이 아니라 모든 삶의 과정이 소명이라는 뜻이오.
요즘 신학생들 중에는 나이가 든 이들도 적지 않소. 마흔, 쉰에도 신학교를 간다오. 목사가 되려는 거요. 소위 ‘주의 종’이 되려는 거요. 그분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하오. 나이가 들어서 신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오. 경우에 따라서는 일흔 살이라고 하더라도 신학교에 갈 수 있소. 그러나 신학교에 가는 걸 어떤 특별한 소명과 연결 짓는 일은 삼가는 게 좋소. 세상에서 모든 일을 실패한 뒤에 마지못해 도피처로 신학교에 들어가면서 소명 운운한다면 보기에 좋지 않소.
소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하나님 경험, 또는 예수 경험이 소명과 깊이 연관되기 때문이오. 소명은 교회와 선교라는 전문적인 사역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살아가는 모든 삶 자체인 것처럼 하나님 경험은 어떤 특별한 영역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오. 무엇을 보았다거나 무슨 소리를 들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거요. 성서에는 분명히 보았다거나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오. 아브라함, 모세, 선지자들이 다 그렇소. 그러나 그런 보도는 사실적인 것이 아니라 시(詩)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시에는 숨어 있는 어떤 세계가 있소이다. 성서가 보도하는 하나님 경험에 대한 묘사 속에는 어떤 세계가 있다는 뜻이오. 그것을 놓치고 실제로 소리를 듣거나 어떤 것을 보는 것처럼 말하면 성경을 표면적으로만 읽고 마는 거요. (2010년 12월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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