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장례를 모두 끝낸 후 일상으로 돌아온 요셉의 형제들의 마음에는 다시금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싹터 오릅니다. 효성이 지극한 요셉이 아버지를 생각하여 자신들에게 복수를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언제라도 군사를 데리고 와서 자신들을 살해할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15절).
그들은 요셉에게 전갈을 보내어 다시 한 번 용서를 청합니다. 그들은 아버지께서 요셉에게, 형들이 그에게 행한 죄를 용서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전하면서, 자신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청합니다(16-17절). 여기에서 죄를 의미하는 세 가지의 단어들(“범죄”, “죄”, “악행”)이 모두 동원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려 한 것입니다.
그 전갈을 받아들고 요셉은 웁니다. 그 눈물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형들의 마음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아직도 과거의 족쇄에서 해방되지 못한 형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형들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요셉에게 찾아와 엎드려 자신들이 요셉의 종이라고 고백합니다(18절). 어렸을 적에 요셉이 꾼 꿈이 생각나는 장면입니다. 그러자 요셉이 형들을 위로하면서, 형들이 행한 악을 하나님께서 선으로 바꾸셔서 많은 사람들을 살게 하셨다고 말합니다(19-20절). 그러니 염려 말라고, 자신이 형들을 잘 돌보아 드리겠다고 안심을 시킵니다(21절).
묵상:
요셉이 열일곱 살에 꾼 두번의 꿈은 심상치 않은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요셉을 꾸중 하면서도 마음에 두었습니다(37:11). 요셉 자신은 그 꿈을 신기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마음에 두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작 요셉의 꿈을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형제들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편애로 인해 그를 고깝게 보고 있던 그들의 시기심과 질투심에 불을 질렀습니다. 형제들이 그를 “꿈꾸는 녀석”(37:20)이라고 부른 것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형제들은 요셉이 출세하여 자신들 앞에서 떵떵 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치를 떨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 꿈의 싹을 잘라 버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요셉이 노예로 팔려가는 순간, 그가 꾼 두가지 꿈은 모두 일장춘몽, 개꿈이 되어 버립니다. 모두가 그 꿈을 잊어버렸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나 그 꿈들이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요셉의 꿈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싹수를 잘라 버리려 한 행동이 오히려 그 꿈이 실현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요셉은 그 꿈을 이루어 형제들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지 않았습니다. 형제들이 찾아와서 자신 앞에 엎드릴 때에서야 그는 그 꿈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그의 꿈은 그가 노력하고 분투하여 이룬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 꿈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요셉은 형제들을 용서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높은 자리에 올려 주신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을 섬기라는 뜻임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형제들도 요셉의 꿈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 꿈 때문에 동생을 미워하고 노예로 파는 죄악을 행한 것에 대해 깊이 뉘우쳤을 것입니다. 과거에 그들은 그 꿈이 자신들에게는 재앙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꿈 때문에 자신들이 살아 남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그 꿈이 이루어질까 두려웠는데, 이제는 그 꿈이 자신들에게 큰 복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도 역시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입니다.
꿈은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꿈을 성취하면 필경 그는 성취한 것을 사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합니다. 만일 요셉이 절치부심 하여 그 꿈을 이루었다면 가장 먼저 형들을 찾아가 복수했을 것입니다. 큰 꿈을 가질수록 그 꿈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죄악을 행하게 되고 꿈을 성취하고 나면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르게 됩니다. 진정한 꿈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이루는 것입니다. 나의 꿈을 그분의 능력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꿈이 나에게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영적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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