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선한 의도, 악한 유산 (창 47:13-26)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6. 29. 07:06

해설:

이어서 저자는 나머지 흉년 기간에 이집트에서 일어난 일들을 묘사합니다. 가뭄이 계속되자 가나안과 이집트 주민의 모든 돈이 이집트 국고에 귀속됩니다(13-14절). 돈이 떨어지자 주민들은 가축을 내어 주고 곡물을 받아 옵니다(15-17절). 마지막 해에 이르자 곡물을 살 가축마져 떨어지자 백성은 토지를 모두 국가에 바치고 자신들을 노예로 내어주겠으니 곡물을 내어 달라고 요청합니다(18-19절). 요셉은 그 조건을 받아들여 전국토를 국유화 시키고 모든 백성을 바로의 소작농으로 전락시킵니다(20절).

 

전국토가 국가의 소유가 되자 요셉은 국토 전체를 재편하고 주민들을 이주시켜 균형적인 발전으로 도모합니다(21절). 다만 제사장들의 토지는 이 계획에서 제외 되었습니다. 그들은 바로에게서 충분한 곡물을 제공 받았기 때문에 토지를 내다 팔 필요가 없었습니다(22절). 요셉은 새로운 정착지에 이주한 주민들에게 씨앗을 공급해 주고 농사를 짓게 하고 수확물의 20%를 소작세로 정합니다. 백성은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여기고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이집트의 오랜 전통이 되었고 바로의 전권 통치를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23-26절).

 

묵상:

가뭄이 서서히 깊어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저장해 두었던 곡물을 백성에게 풀면서 적정한 값을 받는 것은 정당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성이 더 이상 곡물값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가축으로 대신 값을 치루도록 요구한 것은 정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위기 상황에 이르면 정부는 백성을 무상으로 먹여 살려야 마땅합니다. 게다가, 곡물을 내어 주는 조건으로 모든 토지를 국고로 환수하고 모든 백성을 소작농으로 만든 것은 국가의 횡포처럼 보입니다. 

 

요셉이 이렇게 한 이유는 차제에 이집트 국토 전체를 재편하고 주민들을 재배치하여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시적인 조치로 끝나야 했습니다. 전국민을 소작농으로 만들고 20%의 높은 소작세를 징수하는 전통이 그 이후로 지속되게 한 것은 큰 과오였습니다.  

 

선하고 지혜로운 통치자에게 전권이 맡겨지면 백성 전체에게 유익이 돌아가지만, 악하고 어리석은 통치자가 전권을 가지면 엄청난 피해가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가해집니다. 이 정도의 전권이 없이는 고대 이집트의 문명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같은 어마어마한 문명의 잔해들을 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힘없는 민초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어야 했을지를 상상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권력은 분산 되어야 하고 견제 장치가 마련 되어야 합니다. 권력자의 관심은 얼마나 위대한 일을 이루느냐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자유롭고 복되게 살아가게 하느냐에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