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살라는 명령 (창 47:27-31)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6. 30. 07:05

해설:

저자는 세 족장(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죽음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아브라함은 백일흔다섯 살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삭과 이스마엘은 어머니 사라의 장례를 위해 아버지가 사둔 막벨라 굴에 아버지를 안장합니다(25:7-11). 이삭은 백여든 살에 죽어 에서와 야곱에 의해 막벨라 굴에 안장됩니다(35:27-29). 야곱은 이집트에서 열일곱 해를 살고 백마흔일곱 살에 세상을 떠납니다(47:28; 49:29-33). 야곱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의 가족은 요셉과 바로의 선처 덕분에 고센 땅에 정착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거기에서 그들은 재산을 얻고, 생육하고 번성하였다”(27절)고 적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은 첫 사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이며(1:22, 28), 홍수 후에 노아와 그 가족에게 주신 명령이고(9:1, 7), 아브라함(17:6, 20)과 야곱(28:3; 35:11)에게 주어진 명령이었습니다. 그것은 또한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그 명령/약속이 이집트 땅에서 그들에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을 날이 가까이 온 것을 감지한 야곱은 요셉을 부릅니다. 야곱은 요셉에게 모든 예를 갖추어 대했을 것입니다. 우리 성경에는 야곱이 요셉에게 하는 말(29-30절)을 하대하는 말투로 번역을 해 놓았지만, 경어체로 번역하는 것이 옳을 뻔했습니다. 중전이 된 딸에게 아버지가 모든 예를 갖추어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될 것입니다. “네가 아버지에게 효도할 생각이 있으면”(29절)이라는 말은 “총리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신다면”이라는 뜻입니다. 야곱은 요셉에게 말하면서 “부디”라는 말을 세 번이나 사용합니다. 우리 말 번역에는 그것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손을 다리 사이에 넣는 행동은 엄중한 서약을 의미하는 행위입니다.

 

야곱은 요셉에게, 자신이 죽거든 시신을 이집트에 묻지 말고 아브라함과 이삭이 묻힌 곳에 묻어 달라고 청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내어 시작하신 일이 계속 이어지게 하려는 뜻이었습니다. 요셉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고 맹세하자, 야곱은 침상 밑에 업드립니다. “하나님께 경배하였다”(31절)는 말은 원문에 없습니다. 학자들은 야곱이 요셉에게 감사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묵상:

한자를 풀이하면서 성서의 진리가 한자 안에 들어 있다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잘도 꿰어 맞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전혀 닿지 않는 말도 아닙니다. 바울 사도가 말한 대로 하나님의 뜻은 피조 세계와 인간의 이성을 통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일반계시’라고 부릅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언어가 만들어질 때에는 우주와 인생과 사물의 이치가 담기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한자 단어에서 성경의 진리가 종종 발견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순수 우리 말 단어에도 놀라운 진리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생명’(生命)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생명이 주어져 있다는 말은 “살라는 명령”입니다. 그냥 목숨만 부지하고 살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 답게 살라는 뜻입니다. 인생에 주어진 모든 좋은 것들을 누리고, 사람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행하라는 뜻입니다. 그 목숨은 위에 계신 분이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태초에 하나님이 첫 사람에게 주신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입니다. 하나님은 생명에게 필요한 모든 환경을 조성하신 후에 생명을 창조하셨습니다. 생명의 존재 이유는 주어진 것들을 누리고 즐기는 것입니다. 그것이 창조주의 기쁨입니다.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 어머니의 기쁨이며, 정원의 나무들이 싱싱하게 자라는 것이 정원사의 기쁨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나님은 홍수 후에 노아에게 그리고 족장들에게 이 명령을 거듭 확인해 주셨습니다. 

 

이 아름다운 생명 세상을 깨뜨린 것이 죄입니다. 죄가 들어옴으로 인해 모든 생명들의 균형과 조화는 깨어졌고, 인간은 자기 중심적으로 왜곡되었습니다. 모두가 같이 충만한 생명을 누리도록 창조된 세상에서 인간은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로 타락했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허락된 모든 것을 함께 누리고 축하하는 천국이 변하여 서로 더 가지기 위해 투쟁하는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과제는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살라는 명령을 충실히 지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의 죄로 인해 깨어진 생명 세상을 회복하는 길이 십자가의 길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나만이라도 잘 살겠다는 것이 ‘번영의 복음’입니다. 반면, 모두가 잘 살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나의 유익과 안위를 포기하자는 것이 ‘십자가의 복음’입니다. 모든 것을 살리기 위해 당신의 전부를 내어 주신 주님처럼, 우리도 생명 세상을 위해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