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주기도(20)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26. 05:30

-거룩한 이름(6)-

 

     하나님의 이름은 존재론적으로 거룩하오.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소. 아무도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아무도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힐 수도 없소. 그렇다면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기도는 무의미하거나 형식적이라는 말이 되는 거요? 아니오.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소. 일시적으로나마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오. 하나님이 창조한 생명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그렇소. 인류 역사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릴 것 없이 무지막지한 폭력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인류 문명이 폭력을 억제한다고 보오, 아니면 조장한다고 보오. 깊이 생각해 보시구려.

 

     파렴치하고 반사회적 폭력은 밖으로 드러나니까 나름으로 방어를 할 수는 있소. 그러나 합법적인 폭력은 그게 불가능하오. 합법적인 폭력이 더 나쁜 거요. 국가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전쟁은 합법적인 폭력이오. 히틀러의 광기도 합법적으로 실행되었소. 중세기의 십자군 전쟁이나 마녀사냥도 역시 합법적인 폭력이었소.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폭력이 일어나기도 하오. 오늘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서 폭력을 당하고 있소. ‘4대강 살리기’도 따지고 보면 오히려 자연을 향한 인간의 폭력에 가깝소. 이런 일들이 어디 한 두 가지이겠소.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이 세상의 폭력에 내맡기고 있는지 모르오. 이를 확인하려면 우리의 삶이 어떤 폭력에 억압되고 있는지, 소비되고 있는지를 살피면 되오.

 

     하나님의 이름이 더럽혀지고 있는 자리는 세상만이 아니라 종교이기도 하오.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부분에서 성전 청결 사건이 나오는 것을 그대도 알 거요. 예수님은 성전 책임자들을 향해서 하나님의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인간들이라고 화를 내셨소.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들이 가능하다는 말이오. 이런 말을 들으면 그대는 어떤 생각이 드오? 예수님 당시 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힌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하고 생각하는 거요? 그렇게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면 좋소. 그러나 배우는 게 쉽지 않소. 자신의 문제는 객관적으로 성찰이 안 되기 때문이오. 위에서 예로 든 히틀러를 지지한 독일의 그리스도인들도 많았다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처음에는 대다수였다고 보는 게 옳소. 히틀러는 독일 민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인물이었던 거요.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쉽지 않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기를 기도하는 거요.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기 바라다는 기도요. 하나님이 부정되고 상대화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요. 그런 기도를 진정으로 드릴 줄 아는 사람들은 이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 일에 나서게 되오. 그것을 위해서 투쟁하게 되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2010년 8월8일, 주일, 적당한 늦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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