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부부 수양회를 준비하며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6. 3. 05:53

    뉴저지에서 작은 백인 교회를 섬길 때의 일입니다. 이대 혹은 삼대를 거치며 교회를 지켜 온 가족들이 많았는데, 정작 교회에 나오는 분들은 노인들 뿐이었습니다. 자녀들은 예배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교회를 자신의 교회로 생각하고 있어서 특별한 행사에는 교회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목회하는 동안 저는 예배에 나오지 않는 가족들을 예배로 인도할 방법을 궁리하곤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영적인 갈망이 있기 때문에 어쩌다가 예배에 와서 그 갈증을 채우고 나면 믿음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궁리 중에 하나로서 저는 성탄 전야에 All Family Celebration을 준비했습니다. 가족별로 찬양 혹은 간단한 촌극을 하도록 계획했습니다. 시골의 작은 타운에 위치한 교회였기에 그 행사는 동네 잔치가 되었고, 모처럼 예배당이 가득 모였습니다. 저도, 교인들도 모두 기뻐했습니다.


    며칠 후, 가끔 예배에 나오는 여성 교우께서 저에게 연락을 하셔서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그분은 차분한 표정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따뜻한 대화가 잠시 오간 후에 저는 용건을 물었습니다. 그분은 지난 성탄 이브 행사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행사가 좋았다는 말을 하려는 줄 알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말은 저의 기대를 완전히 뒤엎으셨습니다. 그분은 그 저녁이 자신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오십 대 중반의 그 여성은 가족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외동딸로 태어났는데, 부모님은 오래 전에 모두 돌아가셨고, 친척들도 소식 끊긴 지 오래 되었습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자녀도 없이 혼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내성적이어서 친구도 없었습니다. 그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위로 받기 위해 성탄 전야에 교회에 왔는데, 다른 가족들이 나와서 즐겁게 찬양하고 연극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분이 말하는 동안 저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졌습니다. 그 자리에 무릎 꿇고 빌고 싶었습니다. 그분은 그 감정을 저에게 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답답하여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찾아 왔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을 위로할 만한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그분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헤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교인들을 향한 저의 마음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다수에 들지 못하는 소수자들에게 마음을 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부부 수양회를 준비하면서 그 자매의 얼굴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부부 관계를 돕는 것은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이번에는 부부를 위한 수양회를 계획하고 진행하지만, 담임목사의 마음은 교우님들 모두에게 가 있음을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