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방문기(6)
오늘 또 먹는 이야기요. 예수님이 지상에 계실 때 먹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 까닭이 다 이런 데 있소. 예수님 당신이 먹고 마시기를 탐하는 자라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을 들으셨다는 걸 그대도 얼핏 들었을 거요. 지상이나 천당이나 다 먹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에게 그것보다 더 궁극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라오.
이 대목에서 오해가 있을지 모르니 토를 달고 넘어가야겠소. 그대는 돌로 떡을 만들어보라는 사탄의 유혹을 예수님이 거절했다는 복음서 기자들의 보도를 기억하실 거요. 예수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고 대답하셨소. 또 하나님 나라는 먹고 마시는 데 있는 게 아니라고 주님이 말씀하신 적도 있소이다. 이런 걸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먹는 일보다 더 궁극적인 것이 없다는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소. 지금 먹는 것과 하나님의 말씀을 단순히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생각하지 말기 바라오.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오. 그걸 일일이 여기서 설명하지는 않겠소.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심전심으로 아실 거라고 믿소. 이렇게만 한 마디 하겠소. 우리의 먹는 행위는 성만찬과 비교될 수 있는 거라오. 본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천당에는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몇 가지 원리가 작동하고 있었소. 두 가지는 앞에서 말했소. 세 번째 원리는 다음과 같소. 먹을거리를 받는 순서가 있소. 재미있지 않소? 거기서는 새치기가 안 되니, 알아서 하시오. 앞줄에 선 사람에게 우선 선택권이 주어지오. 뒷줄에 선 사람은 나머지를 가져와야 하오. 간혹 나머지가 없을 때가 있소. 그럴 때는 굶어야 한다오. 며칠 굶는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니 그것으로 미리 걱정할 건 없소. 그대는 누가 앞줄에 서고, 누가 뒷줄에 설 거라고 보오? 나도 그걸 잘 모르겠소. 경우에 따라서 다 다르니 말이오. 예수님 말고는 그 기준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서, 나도 그냥 어림짐작만 할 뿐이오.
내가 보니 주로 앞줄에 선 사람들은 지상에서 잘 못 먹던 사람들이고, 뒷줄에 선 사람들은 잘 먹던 사람이었던 것 같소. 제삼세계 사람들이 앞줄을 차지하고 있었소. 그대만 아시구려. 남한 사람보다는 북한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소이다. 다른 건 몰라도 천당의 먹을거리 문제에서만은 틀림없이 그렇소이다. 거지 나사로가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도 기억하실 거요.(2010년 4월15일, 목요일,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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