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천당 방문기(4)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21. 05:18

천당 방문기(4)

 

    그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리다. 천당에 가도 밥을 먹을 수 있소. 먹는 즐거움을 거기서도 누릴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오? 혹시 그대는 먹는 걸 귀찮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소. 그럴 수도 있긴 하오. 만성 소화불량에 걸려 있다면 먹는 것처럼 번잡스러운 일도 없을 거요. 그렇게 타고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대다수 사람들은 먹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소. 소화불량도 주로 과식을 한다거나 신경이 과민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오. 평소 적당량을 먹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다면 소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거요. 하나님이 다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소. 천당에 가서 맛있게 잘 먹으려면 지금부터 먹는 습관을 잘 기르시구려.

 

    밥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어떤 사람은 고급 음식을 찾아다닌다오. 식도락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전문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요. 특별히 맛이 있는 음식이 있긴 하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요. 무엇을 먹는다는 사실에 자체에 집중하는 거라오. 밥과 우리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 거기서 일어난다오. 그런 태도만 갖추어진다면 무엇을 먹어도 맛이 있소. 반찬 하나 없이 밥만 씹어도 맛이 있을 거요.

 

    다른 이야기를 자꾸 해서 미안하오. 천당에서 밥 먹는 풍경을 말한다는 게, 좀 옆으로 샜구려. 그 풍경이 별 것 아니어서, 지금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어서 그랬소. 그래도 말을 꺼냈으니 하리다. 천당에서는 대개가 자기 먹을 거를 자기가 만들어 먹는다오. 재료는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조금만 수고를 하면 먹을 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소.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형편이 그렇지 않소. 그 사람들은 매 끼니때마다 다른 사람의 밥을 준비해야만 했소. 천당 관리인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들은 모두 지상에서 목사로 살던 사람들이라오. 그 목사들은 평생 교회생활에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이오. 관리인에게 다시 물었소. 목사들이 밥을 해 먹이는 이들은 대체 누구냐고 말이오. 그들은 지상에서 목사들의 말에 따라서 평생 교회에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이라는 거요. 목사가 시키는 일이면 무조건 순종하면서 살았소. 성수주일, 십일조, 총동원전도, 40일 특새, 매일 큐티 등등이오. 그야말로 충성스런 교회의 일꾼들이었소. 충성스럽다는 건 칭찬받을만하지만, 자기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는 거요. 천당에서 밥도 할 줄 모르는 거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렇게 되었소. 그래서 그들을 그렇게 만든 목사들이 밥 먹는 거 까지 책임을 지라고 주님이 말씀하셨다는구려.

 

    나는 끼니때마다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그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소. 어떤 목사는 100명 쯤 먹이느라 땀을 흘립디다. 어떤 목사는 5천명을 먹이느라 자기는 밥도 제대로 못 먹소. 5만 명을 책임진 목사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들이 천당에서 얼마나 숨 가쁘게 살아가는지 상상에 맡기겠소. 완전한 평화의 세계인 천당에서 매일, 매 순간 쫓기는 사람들이라니,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소. 그대는 나도 목사였으니 천당에서 그런 일을 했느냐고 묻고 싶은 거요? 그건 내 프라이버시라서 말할 수 없소.(2010년 4월18일, 화요일, 와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