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차를 마시며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20. 06:01

그대는 차 마시기를 좋아하오? 어떤 차요? 차 종류도 많소. 요즘은 살기가 좋아진 탓인지 웬만한 집에는 국내 차는 물론이고 중국의 보이 차나 영국의 홍차도 갖추어져 있는 것 같소. 우리 집에도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차가 제법 되오. 대개 선물로 받은 것들이라오. 차보다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소. 나는 어느 쪽이라기보다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마시는 편이오. 아침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고, 오후 늦게는 차를 마실 때가 많소.

 

보통 다도(茶道)라는 말이 있지 않소. 차를 한 잔 끓이는데도 온갖 정성이 다 들어갑디다. 다기를 준비해야 하고, 물의 온도도 적당하게 맞춰야 하오. 정식으로 절차를 밟으려면 대략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소. 나는 그런 순서를 따르기에는 아직 차 맛을 아직 모른다고 해야 될 것 같소. 주로 티백을 뜨거운 물이 담긴 컵에 넣었다가 2,3분 후에 꺼내서 마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쓰고 있소. 생존하는 일에만 신경을 써도 될 정도의 나이가 들면, 그때는 정식 절차를 밟아서 마실 생각을 하고 있소. 아직은 아니오.

 

그대는 차 마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어떤 느낌, 또는 어떤 맛으로 차를 마시고 있소? 차가 든 다기의 질감을 손바닥으로 느끼는 것도 중요하고, 차의 고유한 향을 코로 들이마시는 대목도 중요할 거요. 차 색깔도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것 같소. 촉감, 후각, 시각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오. 또 뜻이 맞는 사람과 마주 앉았다면 차 마시기가 한층 즐겁지 않겠소?

 

늘 속성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 사람이 차 마시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딴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말해야겠소. 그것은 입안에서 물이라는 액체를 받아들이는 어떤 순간을 가리키오. 향과 색깔과 온도도 몽땅 망각하고 우선 액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해보시구려. 아주 천천히 그것에 몰두해보시구려. 물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올 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거요. 오직 물만 생각해야 하오. 더 나아가서 그대가 그 순간에 처음으로 물을 경험한다고 생각해야 하오. 그 다음에 차의 향과 색깔을 보시오. 이 순서를 거꾸로 해도 큰 문제는 없소. 성령 경험도 차 마시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는지. (2010년 4월12일, 월요일, 지난밤에 약간의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