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하나님 나라(1)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5. 07:03

앞으로 당분간 기회가 닿는 대로 그대에게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말을 걸겠소이다. 하나님 나라만큼 성서에서 중요하면서도 교회에서 오해되는 개념도 없을 거요. 우리의 모든 신앙생활이 결국은 하나님 나라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고, 또한 하나님 나라를 공간적인 차원의 천당으로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오해되고 있다는 말이오.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는 것만큼 우리의 신앙도 깊이를 더해가지 않을까 생각하오. 바라기는 ‘하나님 나라’를 골치 아픈 것으로 여기고 미리 겁내거나 멀리하지 마시구려.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의 책 <신학과 하나님 나라>(이병섭 역, 대한기독교출판사, 1977년, 1985년, 제 3판)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소. 인용문 끝 괄호 안의 숫자는 이 책의 쪽수요. 번역문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문맥에 맞도록 고쳐서 적을 테니, 그리 아시구려.

 

신약성서와 예수의 메시지에 의하면 하나님 나라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수립될 것이다. 이는 곧 하나님 나라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성취될 수 있다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주장에 대한 요하네스 바이스(Johannes Weiss)의 핵심적 반론이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는 인간의 진보적 노력의 결과를 훨씬 능가하는 우주적 전회(轉回)와 변혁을 포함한다. 하나님은 그의 나라를 일방적으로 수립할 것이다. 그래서 예수와 그의 선행자인 세례 요한은 임박한 미래의 빛 아래서 모든 현상을 폭로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오직 선포만 한 것이다. 이 미래는 아주 놀라운 방법으로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올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 역사의 발전이라든가, 또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달성된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다.(69)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처음 선포하신 메시지가 하나님 나라가 임박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그 임박한 하나님 나라를 향해서 돌아서는 것이 바로 회개요. 예수에게서 발생한 사건들은 모두 하나님 나라의 징조들이오. 치유, 축귀, 비유를 통한 수많은 가르침들, 죄의 용서 등이 모두 그것이오.

 

오늘 교회는 하나님 나라에 관심이 없소. 하나님 나라(바실레이아 투 데우)라는 말도 별로 하지 않소. 단순히 예수 믿고 천당 가자는 말만 할 뿐이오. 예수님의 비유를 본문으로 하나님 나라를 언급하는 경우에도 하나님 나라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오직 교회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실정이오. 이런 형편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공동체일 뿐이라오. 하나님 나라는 상수이고, 교회는 변수요.

 

위에서 판넨베르크가 소개한 요하네스 바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님 나라는 교회의 모든 노력을 훨씬 능가하는 우주적 변혁과 변혁의 차원에서 우리에게 임박해 있소. 그 말을 교회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소. 교회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고 하나님이 세우실 이 세상의 전적인 변화, 질적인 새로움, 새 하늘과 새 땅을 선포하는 일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할 것이오.(2010년 2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