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니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거요. 이사야는 하나님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더라.”(사 6:3b) 가득하다고 말했소.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말을 했소.(고후 4:6) 누가복음 기자는 예수의 탄생 전승에서 다음과 같은 천사들의 합창을 전하고 있소.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눅 2:14a) 그 외에도 하나님의 영광이 관한 구절을 성서에서 쉽게 찾을 수 있소이다.
그대는 성서기자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뭐라고 생각하시오? 그것을 경험해보았소?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했다면 우리는 기독교인이라고 말은 할 수 있어도 기독교 영성가라고 말할 수는 없소이다. 세례를 받고 예배를 드리며 온갖 교회 생활을 충실히 하는 기독교인이 될 수는 있소. 그런 기독교인이 모두 성서의 세계를 실제로 경험하는 건 아니라오. 이는 마치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컴퓨터 피아노와 같소. 그 컴퓨터는 연주만 제법 할 뿐이지 쇼팽의 음악 세계를 전혀 모르오. 우리는 기독교인으로 끝나지 말고 영성가로 성장해야 하오. 우리의 영적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질문의 하나가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어떻게 경험했나, 하는 것이라오.
그대에게 그만 묻고 나의 짧은 생각과 경험을 말하겠소.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에게만 가능한 궁극적인 생명의 현현을 의미하오. 세계 창조가 곧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온 땅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다는 표현은 이 세상에서 그 창조자의 손길을, 그 숨길에 휩싸인다는 뜻이오. 민들레 홀씨와 강아지 꼬리, 그리고 장엄한 히말라야 계곡과 엄마 젖을 빠는 유아에게서도 창조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법이오. 그것이 온 땅에 충만한 하나님의 영광이오. 오해는 마시오. 세계와 자연 자체의 영광이라는 말이 아니오. 그것과 하나님을 혼동하지 마시오. 세계와 자연이 하나님의 영광이오.
세계 창조를 통한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이 똑같은 말인지 아닌지는 오늘 말하지 않겠소이다.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생각하다가는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소화 불량에 걸릴지 모르니 이 정도에서 접도록 하십시다. 그대는 잊지 않도록 하시오. 하나님의 영광을 알고 경험할 때만 우리의 무상한 삶이 영원한 생명의 빛으로 휩싸인다는 사실을 말이오. 예수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한 생명의 빛이라는 요한복음 기자의 고백도 기억해 두는 게 좋겠구려.(2010년 2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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