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영혼의 안식(2)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4. 06:00

그대와 이야기하고 싶소. 어제 말한 영혼의 안식은 도대체 무엇이오? 이걸 설명하려면 기독교 신앙 전체를 설명해야 하오. 그렇지 않소? 우선 영혼이 무엇인지를 말해야 하오. 영혼을 말하려면 영혼을 창조한 분을 먼저 말해야 할 거요. 안식은 말 그대로 참된 쉼이오. 참된 쉼은 곧 구원이 아니겠소? 그렇다면 또 구원이란 무엇인가를 말해야 할 거요. 구원은 또 무엇과 연관되겠소? 기독교에서는 왜 칭의를 구원의 토대라고 주장하는지도 설명해야겠소. 영혼의 안식으로부터 기독교 신앙 전반으로 우리의 대화가 확장된다는 걸 느끼실 거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소. 기독교 신앙의 각 항목은 늘 전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소. 거미줄을 머릿속에 그려보시오. 이쪽 끝과 저쪽 끝이 부분적으로만 본다면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단단히 연결되어 있소. 한쪽 줄을 흔들면 다른 줄도 흔들리는 거요. 하나님의 창조와 종말이 닿아 있고, 하나님의 사랑과 심판이 닿아 있소. 교회와 성령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야만 하나님의 말씀에 접근할 수 있을 거요.

 

오늘은 한 가지만 말해봅시다. 영혼이란 무엇이오? 그걸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소. 그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처럼 궁극적인 거요. 궁극적이라는 말은 종말에 가서나 확연히 드러난다는 뜻이오. 종말이 오지 않은 이 현재의 삶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연하게 알 수는 없소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소이다. 다만 우리는 간접적으로, 부분적으로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영혼은 이 세상의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인간 생명의 가장 심층적 차원이오. 몸은 배부르고 건강하면 만족할 수 있소. 우리의 심리도 적당한 조건만 갖추어지면 평안할 수 있소. 그러나 영혼은 그 무엇으로도 만족이 안 되는 거라오. 배불러도, 돈을 잘 벌어도, 명예가 주어져도, 가족이 있어도 만족이 안 되는 차원이라오. 사람이 그 어떤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오.

 

그대는 이런 초보적인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거요. 그러나 꼭 기억하시오. 그냥 알고 있는 것과 크게 깨우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거요. 동양의 스승들이 평생 화두를 붙들고 구도 정진하는 이유는 어떤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크게 깨우치고 싶기 때문이라오. 크게 깨우친 다음에도 여전히 수행이 필요하다오. 수행이 없을 때 그 깨우침은 쉽게 잊히거나 상투성에 떨어져버린다오.

 

그대는 어거스틴의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하실 거요. “하나님, 당신 안에서 안식을 얻기 전까지는 어디에서도 참된 안식을 얻지 못했나이다.” 그대도 이 사실 안으로 깊이 들어가기를 바라오. 나도 죽을 때까지 그 길을 가야겠소. (2010년 2월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