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베다니에서 하루 밤을 지내신 다음 예수님은 이른 아침에 같은 길을 걸어 예루살렘으로 가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그 전날에 저주했던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까지 마른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20절).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그 사실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합니다(21절). “랍비님”이라는 호칭은 우리 식으로 하면 “선생님” 같은 정도의 존칭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놀라움과 신기함을 드러내자 “하나님을 믿어라”(22절)고 하십니다. 이적의 ‘현상’에 붙들리지 말고 그 이적의 ‘의미’를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무화과나무가 말라 죽은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그들 중에 은밀하게 일하신다는 사실을 알아 보라는 뜻입니다.
이 가르침에 대해 예수님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기도한 그대로 되리라고 믿는다면, 산을 들어 바다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하십니다(23절). 믿음으로 기도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과장법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산’은 하나님의 뜻을 방해하는 거대한 장애물을 가리킵니다.
이 말씀을 하시면서 예수님은 전날에 성전에서 행한 일을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성전을 근거지로 하여 이어져 온 타락한 종교 체제를 제거하는 것은 산을 들어 옮기는 것과 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되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그 믿음으로 성전에서 유대교 권력자들에게 도발하신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분의 행동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예수님이 예고한 심판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 다음 예수님은 기도와 믿음에 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하나님께 대한 믿음으로 기도한 것은 무엇이든지 이미 받은 줄로 믿으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24절).
묵상:
이 본문에 나오는 기도와 믿음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믿는 이들에 의해 가장 심하게 오해 받고 오용되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씀에 근거하여 기도를 “금 나와라 뚝딱” 하고 내려 치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오해 했습니다. “누구든지”라는 말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믿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힘쓰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사실과 “무엇이든”이라는 말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고 자기 좋을대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지만 아무 일이나 하시지는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여러 가지 놀라운 이적을 행하셨지만,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혹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그렇게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꼭 필요하다 싶을 때에만 그렇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가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요 14:11)고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이 행하시는 모든 일들에 대해 아버지 하나님은 응답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것은 자기 암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긍정의 힘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인격이신 하나님께 기도 드립니다. 따라서 기도보다 앞서야 할 것은 믿음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믿음은 “믿는 대로 된다”는 자기 확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사실을 믿고 그분께 의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기도는 점차로 자신의 욕망에서 하나님의 뜻으로 초점이 옮겨집니다. 때로 인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조차도 그분의 뜻이면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구합니다.
하나님을 참되게 믿고 구한 사람은 자신의 기도가 그분의 뜻 가운데 응답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기도가 응답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분의 사랑 안에서 주어진 응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은 늘 기쁨과 감사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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