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세상을 보는 눈 (막11:27-33) / 김영복목사

새벽지기1 2024. 2. 25. 06:57

해설:

예수님의 일행은 다시 성전에 가십니다. 성전 뜰 즉 이방인의 뜰에서 거닐고 있는 동안에 전날 벌인 소동 때문에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과 장로들이 예수께 몰려 옵니다. 그들은 무슨 권한으로 성전에서 소동을 일으킨 것인지 묻습니다(27-28절). 웬만한 사람 같으면 다짜고짜 체포했을 터인데, 무리 중에 예수님을 예언자로 혹은 메시아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빌미를 잡기 위해 이렇게 물은 것입니다. 이 질문은 알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트집을 잡기 위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속셈을 알아차리신 예수님은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30절)라고 반문하십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기를 꺼렸기 때문에 대신 “하늘”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요한이 세례 사역을 한 것은 그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한 것인지 물으신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답할 수도, 저렇게 답할 수도 없었습니다(31-32절). 하늘에서 온 것이라고 답하면 왜 믿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이고, 사람에게서 온 것이라고 답하면 무리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궁지에 몰린 그들은 그들은 궁리 끝에 “모르겠습니다”(33절)고 답했고, 예수님은 “나도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를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답하십니다. 이렇게 하심으로 예수님은 그들이 파 놓은 함정을 피해 가십니다. 아직 그분의 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묵상: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라고 물으심으로 예수님은 그들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지목하신 것입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을 하나님 편과 반대 편으로 가르기를 즐겼고, 어떤 사태를 두고 하나님이 하신 일인지 사람이 한 일인지를 판단하곤 했습니다. 그들은 그런 시각으로 예수님을 판단했고 그래서 그분을 제거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만일 그들이 그분의 활동 안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았다면 그런 잘못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세계관을 ‘성례전적 세계관’이라고 부릅니다. 성찬 식탁에 올려진 빵과 포도즙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믿는 이들이 함께 모여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성찬을 대할 때 성령께서 그 빵과 포도즙을 통해 우리에게 오신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은 온 세상과 모든 생명 안에 거하십니다. 내 몸은 썩어 없어질 육신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아침 식탁에 오른 음식은 하나님 나라에서 먹을 영원한 음식을 보게 해 줍니다. 

 

이렇듯, 눈을 뜨고 보면 주님께서 지금 이곳에 계십니다. 그 마음으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주님처럼 대하고 행하는 모든 일들을 예배로 섬기는 것이 우리가 사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살 때 유대 권력자들처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방해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참여하는 영예를 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