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전도서 10장: 인생사의 다면성

새벽지기1 2022. 12. 13. 06:23

 

해설:

이 장의 내용은 잠언의 한 장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앞에서 전도자는 지혜를 알 수도 없지만 안다 해도 별 소용이 없다고 했습니다(9:17). 하지만 여기서는 지혜를 찬양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옳은 일을 좋아하게 되어 있고,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은 그릇된 일로 기웁니다(2절). 지혜는 사람을 성공하도록 돕습니다(10절). 어리석은 사람은 말이 많은 특징이 있습니다. 말이 많으면 실언이 잦고 그로 인해 낭패를 당합니다. 반면, 지혜로운 사람은 말로 덕을 봅니다(12-14절). 

전도자는 개인의 문제로부터 눈을 돌려 나랏일에 대한 생각을 나눕니다. 왕이 어리석으면 대신들은 유흥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 나라는 큰 불행을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16절). 반면, 지혜로운 왕이 있고 절제력을 가진 대신들이 있다면, 그 나라는 흥왕할 것입니다(17절). 가정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면하고 부지런하게 살면 경제적으로 넉넉해져서 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18-19절). 마지막을 전도자는 말을 조심하라고 권면합니다. 마음으로 한 말조차 전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20절).

 

묵상:

우리는 인간이 다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자주 잊습니다. 속속들이 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악의 화신이라고 정죄 당하는 사람이라 해도 선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거룩해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흠결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것 같은 사람에게도 원한으로 이를 가는 사람이 있고, 모두에게 미움 받아 마땅한 사람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현실이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을 단면적으로 봅니다. 경건해 보이는 사람은 철두철미 경건하게 말하고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면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낍니다.

전도서를 읽으면서 우리는 자주 당혹감을 느낍니다. 전도자가 하는 말들이 때로 서로 모순되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6장에서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복되다고 했는데, 9장에서는 살아있는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2장과 9장에서는 지혜를 깨닫고 그대로 살아 보아도 달라지는 것이 없더라고 말했는데, 10장에서는 지혜를 따르면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을 망각하고 횡설수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을 때면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말하기를 기대하는데, 전도서는 그런 기대를 거침없이 깨뜨립니다. 

 

여기서 우리는 전도자의 다면성을 봅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기준으로 하여 현실을 해석하려 하지 않습니다. 인생사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면적인 인간사를 단면적으로 해석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고 느껴지는 대로 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사의 다양한 면을 드러내고 그 현상에 대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모순되어 보이는 말을 읽어도 그때 그때 공감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