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귀신들린 사람 (20)(막 5:17)

새벽지기1 2022. 11. 10. 07:10

'그들이 예수께 그 지방에서 떠나시기를 간구하더라'(막 5:17)

마을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그간에 벌어진 자초지종을 다 들은 후에 보인 반응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떠나시오.” 그들이 예수님에게 사정을 했는지 강요했는지 위협했는지는 제가 헬라어를 자세하게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예수님을 그 마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싶어 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예수님이 해결해주었다면 동네에 모시고 들어가서 큰 잔치를 베풀고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쫓아낼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딱합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요?
다른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게 불편했을 겁니다. 그들이 귀신들린 사람과 같은 마을에 사는 걸 귀찮게 여겼듯이 예수님이 자기 마을로 들어오는 게 싫었겠지요. 그렇다면 그들은 결국 귀신들린 사람이나 예수님을 똑같이 대했다는 말이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종류의 대상과 함께 있는 걸 못 견뎌하는 것 같습니다. 한쪽은 귀신들린 사람으로 대표되는 사회 부적응자들이며, 다른 한쪽은 진리를 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사회 부적응자들은 그들의 삶을 끌어내리기 때문에 불편하게 만들고, 진리를 행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불편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이 살아오던 그런 삶의 틀이 유지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도 표면적으로는 예수님을 따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예수님을 귀찮게 여기는 건 아닐는지요. 신앙적으로 무식하게 사는 것도 싫지만 신앙의 깊이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하는 것은 아닐는지요. 이런 것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것에만 머물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