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3일
최근 BBC TV는 병원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불치병 환자(대부분 노인)들에 관한 프로를 방영했다. 이 환자들은 왜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마지막 날들을 보내지 않고 쓸쓸한 병실에서 죽어가는가? 설문조사에 응한 영국인들 중에 4분의 3이 자기 집에서, 그리고 4분의 1이 호스피스에서 죽고 싶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 집에서 불치병 환자를 밤낮으로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핵가족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원에서도 불치병 환자의 고통을 완화시켜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의사들이 대학에서 병을 고치는 기술은 배우지만 치료 불가능한 환자를 돌보는 기술은 거의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히 장래가 보이는 환자와 회복할 가망이 없는 환자를 차별화 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병원 당국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을 때는 환자의 차별화는 불가피하게 된다. 모든 의사 후보자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환자의 병을 고칠 뿐 아니라 불치병 환자의 고통도 완화할 임무를 포함하고 있다. 며칠 살지 못할 환자도 마지막 순간까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생명의 존엄성은 생산 능력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성 없어 보이는 빈민 사역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헌신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아주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호스피스는 말기 암환자들을 위해 시작됐다. 이들의 마지막 생애를 고통 없이 그리고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1967년 영국의 세실리 손더스 여사가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하였는데 최근에 자기가 처음으로 시작한 호스피스에 입원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몇년 전 필자의 누님이 암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용인에 있는 샘물 호스피스로 옮겨 잠시 쉬다가 돌아 가셨다. 원장 원주희 목사와 간호사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하고 자상한 헌신으로 마지막 며칠을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특히 환자들이 동료의식을 갖고 서로 격려하며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도 호스피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하루 속히 호스피스 운동이 법제화되어 일반 시민들이 뜻 있고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시설이 보편화되었으면 한다. 문명 사회는 내일 죽을 생명도 아낄 줄 아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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