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기독교개혁신보컬럼

성전인가, 예배당인가? “복음은 약화되고 형식은 더 강화되고 있다” / 김북경 목사 (에스라성경대학교대학원 총장)

새벽지기1 2021. 1. 2. 08:37

2005년 5월 12일

 

사람이 사는 house와 home은 구별된다. Home sweet Home이라고는 하나 House sweet House라고는 하지 않는다.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 가정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예수의 피로 맺은 가족이 모이는 영적 차원의 가정이다. 육적인 가정이나 영적인 가정에 중요한 것은 집(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이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을 “성도”라고 했고 그들 안에 하나님이 계신다고 해서 그들을 “성전”이라고 불렀다. 구약시대의 하나님의 집이었던 성전개념이 신약에 와서는 예수의 몸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서 예수가 들어가 사시는 사람으로 비유되었다.

 

성도들이 곧 하나님이 계시는 성전이다

 

진짜 성전이 이 땅에 오셨기 때문에 건물로서의 성전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주후 70년에 예루살렘성전이 파괴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장소에 모인 성도들, 즉 공동체를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성전과 예배당은 당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예배당을 성전이라 부르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성도들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도 하나님이 교회 건물에 사시는 것 같은 인상 내지는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구약시대에도 하나님이 실제로 성전에 사신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잘못된 가르침을 실제로 교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증거들이 있다. 예로서 학개 선지자를 인용하면서 교회는 “성전”이기 때문에 개인집보다 더 아름답게 짓고 꾸며야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경부선을 타고 가노라면 산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보이고 산등성에는 높은 뾰족탑이 우뚝 서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것이 교회가 세상에 보여야 할 이미지일까? 이런 그림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다. 중세 때 유럽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을 드린다면서 교회건물을 아름답게, 웅장하게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이 뾰죽탑을 지었지만 지금은 교회가 텅 비어있거나 술집, 창고, 사무실로 변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서양을 배우면서 좋은 것, 나쁜 것을 무차별 하여 들여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배당과 성전은
구별되어야

 

예배당 안의 장식 또한 오해를 사게 한다. 필자가 시무했던 런던한인교회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장식한 꽃을 행사가 끝나면 성도들이 나누어 집으로 가져가곤 했다. 또 매년 설날이 되면 예배 후에 본당에서 성도들이 의자를 치우고 쭈그리고 앉아서 윷놀이를 하곤 하였다. 그 때문에 나를 이단이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다.


런던한인교회건물은 1884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1년 전에 지어진 장로교회 예배당이었다. 본당에는 그 당시의 유행대로 긴 나무의자가 있었다. 긴 의자를 없애고 개별적인 의자로 바꾸는데 3년이 걸렸다. 제직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서는 긴 의자를 놓는 것이 유행인데 김 목사는 시대를 역행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생각은 이러했다. 긴 의자는 심리적으로 사람을 압박하는 효과를 준다. 즉 사람들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형태라는 것이다. 또 긴 의자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고 움직인다 해도 무거워서 치우기 힘들다. 그래서 공간을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한다는 불편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