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권인목사

올바른 역사란 없다(2)

새벽지기1 2020. 1. 8. 07:36


올바른 역사란 없다(2)


역사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사실(fact)에 기초해서 쓰여야 하며, 정획한 사료 해독에 기초해서 쓰여야한다. 또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은 그 시대에 맞는 가치관에 입각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은 필자에 따라 어느 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올바른 역사 교과서, 올바른 국어 교과서, 올바른 사회 교과서, 올바른 방송, 올바른 신문, 올바른 영화, 올바른 소설, 올바른 시, 올바른 그림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가? 오늘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나만 올바르다고 하는 '위정척사'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는 듯하다. (위정척사는 조선 말기, 유학자들이 개화에 반대하면서 내세운 말로 본디 정학(正學), 정도(正道)를 지키고 사학(邪學)과 이단(異端)을 물리치자는 것으로 외국과의 통상 반대운동으로 이어졌지만) 그렇다면 바른 것은 무엇이고, 사악한 것은 무엇인가? 바른 것의 기준은 무엇이고, 사악한 건 누가 결정하는 것인가가 문제 아닌가?


역사는 공동체가 경험한 공동 체험에 관한 기억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역사 교육도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해 이를 후세에 올바로 전수하는 교육  행위이다. 그러므로 어떤 정부가 내놓은 역사교과서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논의는 우선 반지성적이요, 반학문적인 태도임에 틀림없다. 단일한 관점으로 기술된 역사교과서는 현재 전세계에서 독재국가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 몽골, 베트남, 이슬람 국가들은 빼놓고 거의 모든 국가, 심지어 중국마저 학자들의 자율적 관점에 기초한 다양한 해석을 담은 교과서를 정부 검정기준에 따라 간행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어떠한 나라도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나라가 없는 까닭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역사 거스르기이며, 다양성과 관용, 타협과 협력을 존중하는 민주공화국 교육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응셔 역사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현금 각 학교에서 선택하고 채택한 교과서의 내용들에 대한 심각한 편견과 왜곡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내고 협력할 것인가의 숙제와 큰 틀에서 역사를 어떠한 관점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며 건강한 역사관을 취해야 할 것인가는 근본적으로 조금 더 다른 문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