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신학단상

교회 일치에 대해

새벽지기1 2016. 11. 22. 06:23


 기독교는 지난 2천년 역사에서 크게 두 번의 분열이 있었다. 11세기에는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분열이, 16세기에는 로마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분열이 그것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두 번의 분열 이후로 현재까지 확고한 단일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동방교회는 필자가 정확하게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지난 1천년의 역사에서 두 세 개의 교파로, 즉 러시아 정교회와 희랍 정교회 등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이제 2017년이면 5백년의 역사가 되는, 다른 형제 기독교 교파에 비해서 훨씬 젊은 개신교회는 큰 덩치만 따진다고 하더라도 루터교, 장로교, 침례교, 성공회, 구세군, 제7일 안식교회 등등, 수없이 많은 교파로 분열되었다.


이 분열의 역사는 한국교회에서 극에 달한다. 통계에 따라서 들쑥날쑥 하지만 많게는 150 여개, 적게는 100 여개라고 한다. 필자가 아무리 머릿속으로 계산 해봐도 50개를 넘기기는 힘들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은 교단을 탈퇴하거나 시작할 때부터 교단과 상관없는 독립교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동안 개별 교회가 교단으로부터 지나친 간섭만 받았을 뿐이지 실제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독립교회가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건 분열 현상의 마지막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오늘 교회 분열현상 자체를 더 이상 자세하게 언급할 생각은 없다. 얼만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회 분열의 심각성을 토로하고, 교회일치를 모색하는 운동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지만 이제 그것마저 완전히 자취를 감춘 오늘의 상황이 몰고 올 교회 본질의 훼손에 대해서만 몇 마디 지적하겠다. 물론 교회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하더라도 교회가 유지되기만 하면 큰 문제는 아니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교회의 본질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는 현대인들이 필요로 하는 종교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교회 성장과 운영이라는 점에서 훨씬 효과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종의 대중추수주의적 방식에 치우친다면 당분간은 가시적인 업적을 쌓을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교회가 뿌리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비록 교회 성장에 뚜렷한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기 본질에 충실해야만 한다.


교회 분열이 어떻게 교회의 본질을 훼손시킬까? 우선 조직신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교회의 단일성은 교회의 본질이다. 교회의 분열은 곧 단일성의 파괴로 인한 교회 본질의 훼손이다. 만약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공동체라고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갈라질 수 없으며, 그럴 생각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밥 먹듯이 분열을 일삼았다는 것은 곧 교회의 머리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철저하지 못하고, 대신 자기를 주장하는 일에만 온 힘을 기울였다는 의미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교회가 분열되었다고 하더라도 각각 예수 그리스도를 바르게 믿기만 한다면 결국 영적으로 하나의 교회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히브리파 공동체로부터 분리된 헬라파 공동체의 지도자들인 일곱 집사들로 인해서 이방인 선교가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오늘의 교회 분열을 합리화할 수도 있다. 역사적 현실인 교회 분열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강단을 교류하고, 부활절에 연합예배를 드리고, 북한 교회를 돕는다거나 해외선교사 파송을 함께 하고, KNCC나 한기총에서 함께 활동하면 그런 대로 단일성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이다. 서로가 이단을 대하듯 하지 않고 이런 정도로 연합활동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지 모르게지만, 한국교회의 분열을 신학적으로 명백하게 반성하지 않은 채 일종의 정치적인 작업인 연합활동으로 대체해버린다면 멀지 않아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밀려올지도 모른다.


현재 전 국민의 20% 정도에 머물고 있는 기독교인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절대적인 숫자의 증가세는 현격하게 둔화되었으며, 그 추세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일반 동네 슈퍼들이 대형 할인매장에 의해서 황폐화하고 있듯이, 다양한 종교적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대형교회에 의해서 작은교회는 설 자리를 점차 잃게 될 것이다. 동네 슈퍼는 장사가 안 되면 문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작은 교회들은 그럴 선택지도 없다. 결국 현재와 같은 체제로 한국교회는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한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인기 있는 부흥강사를 데려다가 집회를 열고, 온갖 종류의 이벤트를 생산하는 일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하면 교회는 결국 성서와 기독교 전통이 추구했던 참된 생명의 영성을 멀리하고, 현대인들의 종교적 감수성에만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일종의 종교적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하루빨리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일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야 한다. 각 교단마다 제각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신학교를 지역별로 통합해서 양질의 신학생을 키워야 하며, 교회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 재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대도시의 중대형 교회들이 경쟁하듯이 펼치고 있는 복지활동도 기구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생명의 영성에 존재론적으로 천착함으로써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종말론적 구원 공동체인 교회가 세속사회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자기 성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 교회 일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회 일치가 시급하다는 신학적, 신앙적 인식조차 희미해져가는 이 시대를 우리 후손들은 어찌 평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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