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조병수교수

우리 밖으로부터 (extra nos) (딤전 1:12)

새벽지기1 2016. 8. 26. 07:50


인생을 바꾸게 만드는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불의의 사고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사건과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인생을 바꾸게 하는 동기들 가운데 누구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하나의 중대한 동기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누구에게서 어떤 신뢰를 받느냐에 따라서 변화의 정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인생을 바꿀만한 결정적인 신뢰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내가 묻는 것은 어둡고도 어두운 인생에서 밝고도 밝은 인생으로 변화시킨 그런 신뢰이다. 사실상 우리는 과거에 여러 차례 현재의 우리를 빚어내는데 도움을 준 중대한 신뢰를 받았던 적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단지 과거의 일은 대체적으로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묻는 것이 옳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신뢰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어둡고도 어두운 인생에서 밝고도 밝은 인생을 변화시킨 그런 신뢰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런 경우가 있다면 과거의 어두운 모습에 대하여 전율하는 것보다 현재의 밝은 모습에 대하여 더 크게 전율할 것이 틀림없다.

사도 바울의 과거는 어둠보다도 더 어두운 것이었다. 사실 그는 이처럼 부끄러운 자신의 옛 모습을 자주 언급했다.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나 ... 내가 하나님의 교회를 핍박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을 받기에 감당치 못할 자로다" (고전 15:8-9). "열심으로는 교회를 핍박하고" (빌 3:6). 의심할 바 없이 사도 바울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몸을 떨었을 것이다. 그는 여기에서도 자신의 옛 모습을 가리켜 "내가 전에는 훼방자요 핍박자요 폭행자이었으나" (13)라고 말한다. 사도 바울은 이제는 입에 담기조차 싫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세 마디의 말을 하는데 참으로 힘이 들었을 것이다. 이 세 마디의 말은 사도 바울의 어둡고 부끄러운 과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행위가 악한 것인지도 모르는 전적 무지의 세계였고, 스스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전적 무능의 세계였다.

그런데 이런 무지의 그늘과 무능의 어둠에 빠져있던 사도 바울에게 빛이 찾아왔다. 그 빛은 사도 바울이 다메섹으로 가고 있을 때 하늘로부터 비춘 "해보다 더 밝은 빛" (행 26:13)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밝은 것이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뢰였다. "나를 충성되이 여겨" (12). 이 말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신뢰를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울을 믿어주셨다는 말이다. 바울이 주님을 믿기 전에, 주님이 바울을 믿은 것이다. 바울이 주님을 인정하기 전에, 주님이 바울을 인정한 것이다. 바울에 대한 주님의 신뢰, 이것이 은혜이다. 사도 바울의 새로운 시작의 원인은 그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
니라 예수 그리스도께 있었다. 변화의 원인은 사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밖에 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사도 바울은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고전 15:10)라고 말한 것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울을 신뢰한 것이 어찌 단순한 일이겠는가? 기왕에 주님께서 바울을 신뢰할 바에는 세상에 다시없을 만큼 철저하게 신뢰하셨다.

주님의 신뢰는 세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째로 주님께서는 바울을 믿어주셨고, 둘째로 능력을 주셨고, 셋째로 직분을 맡기셨다. 주님의 신뢰는 그저 심정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생동적이고 실제적인 것이었다. 주님께서는 바울에게 자신의 마음을 주셨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힘을 주시고 결국은 일도 주셨다. 주님의 은혜에는 한치의 빈틈도 없고 조금의 허점도 없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철저한 주님의 은혜 앞에서 전율했다. 그는 자신의 어둡고 부끄러운 과거 앞에서 떨던 것보다도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찬란하고 영광스런 주님의 신뢰 앞에서 더욱 크게 떨었다. 우리 밖으로부터 (extra nos) 오는 주님의 신뢰 앞에서!

'좋은 말씀 > 조병수교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인의 명함(딤전 1:15)  (0) 2016.08.30
밑 빠진 독도 채울 수 있다 (딤전 1:13-14)  (0) 2016.08.28
일과 사람 (딤전 1:11)  (0) 2016.08.25
사람과 법 (딤전 1:8-10)  (0) 2016.08.23
어긋남 (딤전 1:6-7)  (0) 201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