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성탄절 모임의 색다른 묘미

새벽지기1 2016. 4. 22. 07:21


성탄절 모임의 색다른 묘미


오늘 우리 교회에서는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식사 후에는 각 부서 발표회가 있었다. 성탄절 예배와 이런 축하모임이 개혁교회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에 대해 단선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신학적인 관점뿐 아니라 문화적이고 상황적이며 실천적인 측면까지 아우르는 다층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 문제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각 부서에서 준비한 찬양과 촌극 등 다양한 발표를 보면서 모처럼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상시 교회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교인들의 숨은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교인들이 오랫동안 함께 교회생활을 해도 주로 예배와 교제의 세팅에서만 서로를 대하기에 이런 모임이 아니면 그런 면을 알 길이 없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이에게서 나타나는 엄청난 끼의 분출을 보면서 놀라고 한 점의 흐트러짐이 없이 반듯하기만 한 이가 형편없이 꾸겨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뜨악하며 배꼽을 잡기도 했다. 예배와 같은 상황에서 보는 엄숙하고 진지한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그러기에 더 인간다움이 물씬 배어있는 것 같은 편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기독교 신앙이 전인적인 것이라면 거기에는 이런 흐트러짐과 망가짐의 영성까지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경건하고 영적이라는 사람들이 좀 더 인간적이고 유연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거룩을 추구하는 이들이 경직되고 까탈스러운 이들이 많다. 성령이 주시는 자유는 우리를 유별나게 영적인 별종이 아니라 한없이 자연스러운 인간이 되게 한다. 오늘 모임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한 가족이라는 친근감이 더 깊어짐을 느꼈다. 가족 간에는 서로 경건의 가드를 내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영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