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욕망의 열매들
이러한 목회자의 육적인 욕망은 그의 인격과 영성, 그리고 모든 사역을 부패하게 한다. 목회자가 개인적인 야망에 이끌려 목회하고 있다는 분명한 사인 가운데 하나는 교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섬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도구들로 은밀히 이용하려는 것이다.
마틴 부버(Martin Buber)는 그의 책 「나와 너」에서 사람들을 “너”아닌 “그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세상에 보편화된 인간관계임을 지적했는데, 목회자가 이런 세속적인 원리를 따라 교회를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어야 할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비인간적인 집단으로 변질시키는데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과 인격 중심의 목회가 아니라 일과 업적 중심의 목회로 치우친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서 찰스 스윈돌(Charles Swindoll)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동기를 감추고 교묘한 수법으로 교인들을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하도록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감쪽같이 위장해 교인들이 그 일을 하나님의 목적을 위해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은 그들이 내 뜻을 행하여, 내가 영광을 받는데도 말이다.” 육신을 따르는 목회자는 교인들의 에너지와 자원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세우고 그들의 신앙인격 성숙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사용하기보다, 목회자의 성공적인 업적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을 위해 활용하도록 교묘히 유도한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거대한 건물 건축과 숫자 늘이기 전도와 프로그램 확장에 그 힘을 소진하게 한다.
또한 목회자의 이기적인 욕망은 목회자 자신의 인격과 기도와 영성에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의 기도는 순수성을 잃어버린다. 겸손과 거룩을 구하는 기도마저도 경건자체보다 경건의 유익과 명성에 더 집착하는 육적인 마음에서 촉발된다. 야고보는 우리가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함이라”고 했는데(약 4:3), 육적인 목회자의 기도가 많은 경우에 이런 기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기도가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는 미명으로 치장된 ‘목회자의 은밀한 종교적 정욕’을 채우기 위한 방편이 되어 버린다. 하나님께서 때로 욕망에 사로잡힌 목회자의 이기적인 기도에 응답하시는 것은 그의 기도를 기뻐하셔서가 아니라, 그가 섬기는 교인들과 교회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목회자는 그것이 자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인 줄 알고 거룩한 성령을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동력으로 이용하는 함정에 빠진다.
이런 욕망이 강할수록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구하는 기도가 더욱 간절해진다. 기도라는 욕망의 탱크로 천국을 침노하여 하나님 나라의 영적 보화들을 자신의 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삼으려 한다. 그러므로 ‘성령의 능력’은 육적인 목회자에게 매우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 거룩한 하나님의 은혜가 부패한 인간의 육신을 섬기는 ‘색욕거리’로 변질된다.
육적인 소욕을 따르는 목회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목회자의 영성이 현저히 퇴화된다는 것이다. 육적인 욕망은 목회자를 영적으로 무력하게 하는 역기능을 발휘한다. 목회자를 지치고 탈진하게 하며 영적인 고갈상태에 빠지게 한다. 그는 외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적으로는 공허하며, 말씀을 전하고 나서도 마음에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죄에 대한 저항력은 약화되고 유혹에 대한 면역은 저하되어 특별히 자극적인 죄, 음란과 같은 죄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기적 야망과 음란은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욕심이 많고 이기적 야심이 클수록 음욕이 커진다. 육신의 소욕을 따라 목회하는 이는 결국 여러 가지 부도덕하고 음란한 죄에 연루되기 십상이다. 슈네이즈(Robert Schnase)가 지적했듯이, “목회사역에 있어서 목회자 자신들이 당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대다수의 비극은 목회자의 타락한 욕망에서 초래한 것들이다.”
박영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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