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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요구 앞에서 (출 8장)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5. 17. 03:51

해설:

나일 강물이 핏물로 변한 지 일 주일 지났을 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바로를 찾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지 않으면 개구리로 벌하겠다고 경고하라고 하신다(1-4절). 바로가 이 경고에 아랑곳 하지 않자, 모세는 아론에게 "지팡이를 들고 강과 운하와 늪 쪽으로 손을 내밀어서, 개구리들이 이집트 땅 위로 올라오게"(5절) 하라고 이른다. 아론이 그대로 하니 개구리들로 인해 이집트 땅이 뒤덮여 버린다(6절). 하지만 이집트의 마법사들도 그들의 방법으로 같은 일을 행한다(7절).

 

두 가지의 재앙이 겹치자 바로는 모세와 아론을 불러 그들의 하나님께 기도하여 개구리떼가 사라지게 하면 그들의 청을 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바로의 약속을 받아낸 모세는 하나님께 개구리떼를 제거해 달라고 기도했고, 하나님은 다음 날 모세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8-14절). 하지만 "바로는 한숨을 돌리게 되자,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또 고집을 부리고"(15절) 약속을 어긴다. 

 

하나님은 또 다른 이적을 행하게 하신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아론이 지팡이로 땅의 먼지를 치게 하라고 이르셨고, 아론이 모세의 지시에 따라 행하니, 먼지가 모두 이로 변한다(16-17절). 이집트의 마법사들도 자신의 술법으로 동일한 이적을 행하려 했지만, 더 이상 되지 않았다(18절). 마법사들은 바로에게 "그것은 신의 권능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19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바로는 여전히 고집을 부린다. 

 

네 번째로 하나님은 모세에게, 바로를 찾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지 않으면 파리로 벌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경고하라 하신다(20-23절). 바로는 그 경고를 무시했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는 고센 땅 이외의 이집트 전역이 파리떼로 뒤덮였다(24절). 이 일에 대해 하나님은 모세에게, "내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나 주가 이 땅에 있음을 네가 알게 하려는 것"(22절)이라고 하신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바로가 모세와 아론을 불러, 광야로 나가지 말고 이집트 땅 안에서 제사를 드리라고 요구한다(25절). 예배 드리러 광야로 나가겠다는 말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바로가 간파했다는 뜻이다. 모세는 이집트 사람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부정하게 여기기에 그들이 보는 앞에서 제사 드릴 수는 없다고 답한다(26-27절). 이집트 사람들은 동물들을 신으로 섬기고 있었기 때문에 짐승을 잡아 바치는 제사를 역겹게 여겼을 것이다. 바로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이집트 바깥으로 나가되 너무 멀리 나가지는 말라는 조건으로 허락한다(28절). 그러면서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모세는 바로에게 다시는 변심하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하고는, 하나님께 파리를 제거해 달라고 기도 올린다(29-30절). 하나님은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파리를 모두 제거해 주신다. 하지만 재앙이 가시자 이번에도 바로는 고집을 부린다(32절).

 

묵상:

바로가 모세와 아론의 요구를 거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값싼 노동력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만명(12장 37절에 의하면 장정만 육십만이었으므로)이 넘는 값싼 노동력을 한 순간에 잃어 버리면 이집트의 경제는 휘청거릴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바로가 자신의 에고를 만족시키기 위해 시작한 거대한 토목 공사를 완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세와 아론의 요구를 거부한 또 다른 이유는 절대 군주로서의 그의 자존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이집트의 왕은 신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주변에 이집트를 대적할만한 나라가 없었습니다. 온 세상이 바로의 발 밑에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모세와 아론은 한낱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했습니다. 절대 군주로서 모세와 아론에게 굴복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하나님의 강한 손에 밀리면 밀릴수록 더욱 더 마음을 완악하게 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모세와 아론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히브리인들의 신에게 굴복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바로와 이집트 사람들은 각 민족마다, 부족마다 섬기는 신이 다르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이집트인의 신이 제일 강했기 때문에 절대 강국이 되었다고 믿었습니다. 바로는 점차로 심해지는 재앙을 통해 히브리 사람들의 신이 자신들의 수호신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두려워 떨었을 것입니다. 그가 모세를 대항해 싸우는 싸움은 그의 수호신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 앞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임재 그리고 그분의 능력 앞에서 바로처럼 행동하곤 합니다. 우리 앞에 나타나시는 하나님은 때로 우리가 움켜 쥐고 있는 것을 놓으라고 하시고, 때로는 우리의 자존심을 꺾으라고 하시며, 때로는 우리가 섬기고 있는 우상을 내려 놓으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우리를 더 복되게 하시려는 것인데, 눈 앞에 있는 것만 보는 우리는, 그것이 우리를 죽게 하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분명한 하나님의 지시를 무시하기도 하고, 응답하는 듯 하다가 다시 변심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또 참으시고 또 속으시고 또 다시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은혜에 합당하게 살기에 우리는 멀어도 한 참 멀었습니다.   

 

기도:

주님께서 저희에게 무엇을 요구하실 때 기꺼이 드리게 해주십시오. 저희를 복되게 하시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저희에게 낮아지라 하실 때 서슴없이 내려서게 해주십시오. 저희를 높이시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안에 머무는 것은 다 가지는 것이며, 주님 밖에 머무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오, 주님, 저희를 주님 안에 붙들어 매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