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예수님의 마음 (막 3:1-12)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1. 16. 07:09

해설:

바리새파 사람과의 대화를 끝내시고 예수님은 회당 예배에 참석하셨다. 그 회당에는 한쪽 손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와 있었다(1절). 적대자들이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그 사람들 데려다 놓은 것 같다(2절). 그들의 속셈을 알아 보신 예수님은 그 사람을 앞으로 나오게 하신다(3절).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물으신다.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4절) 

 

그분을 책 잡으려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율법 규정을 준수하는 것에 있었다. 반면, 예수님은 선한 일을 하는 것 즉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두셨다. 율법의 본뜻은 선을 행하고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 그런데 율법 규정에 묶인 그들은 율법의 이름으로 악을 행하고 생명을 죽이고 있었다. 예수님의 질문에 그들이 아무 대답도 못하자 그분은 분노한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셨고 그들의 굳어진 마음에 대해 슬퍼하셨다(5절). 

 

예수님은 손 마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라”고 명령하셨고, 그의 손은 즉시로 온전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바리새파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들은 예수님이 유대교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분자라고 결론 짓고 헤롯 당원들(분봉왕 헤롯의 하수인들)에게 그분을 제거할 방법에 대해 문의했다(6절).   

 

회당 예배를 마치고 예수께서는 다시 호숫가로 나가가르치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분에게 몰려왔다(7절). 갈릴리의 여러 동네에서 뿐 아니라 멀리 유대와 예루살렘 그리고 이방 땅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다(8절). 그들은 예수님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경쟁을 벌였고, 그로 인해 인명 사고가 날 지경이었다(10절). 그들 중에는 귀신 들린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님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11절) 하고 외쳤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은 그들을 침묵시키시고 치유해 주셨다(12절).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배를 마련하게 하여 무리와 거리를 확보한 다음 배를 강단 삼아 해변에 모인 무리에게 말씀을 가르치신다(9절). 

 

묵상: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분의 내면적인 감정 상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의 감정에 대한 언급을 만날 때면 잠시 멈추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감정적 반응에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마가는, 나병 환자가 찾아와 도움을 구할 때 “예수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1:41)라고 썼습니다. 나병 환자가 다중적인 고난(질병으로부터 오는 육체적인 고통, 격리되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소외, 하나님에게 징벌 받고 있다는 영적인 죄책감)에 짓눌려 있는 것을 보시고 마음을 찢으셨다는 뜻입니다. 

 

손 장애를 가진 사람을 고치신 이야기에서는 두 가지 감정의 반응을 전합니다(5절). 첫째는 “노하셔서”라는 표현인데, 여기에 사용된 헬라어 ‘오르게’는 주로 하나님의 진노에 사용된 단어로서, 정의감에서 나오는 냉정한 감정적 반응(“의분” 혹은 “거룩한 분노”)을 가리킵니다. 둘째는 “탄식하시면서”라는 표현입니다. 헬라어 ‘쓀르페오’는 “같이”를 의미하는 접두사 ‘쒼’과 “아파하다”를 의미하는 ‘뤼페오’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같이 아파하다”라는 뜻입니다. 예수께서 마음 아파하신 대상은 바리새파 사람들의 “마음의 완악함” 혹은 “굳어진 마음”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에 가장 가깝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눈에 그들은 하나님의 뜻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고통 받은 사람에 대한 공감력을 잃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시는 한편, 그들의 무뎌진 마음 상태에 대해서는 깊이 아파 하셨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바리새파 사람들의 마음과 예수님의 마음이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율법의 자구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고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느냐가 그 사람의 영성의 척도입니다. 우리가 기도로써 구할 것은 하나님의 마음 있는 곳에 내 마음도 있고 그분의 눈물 있는 곳에 우리의 눈물도 있는 것입니다.  

 

기도:

마음의 주인이신 성령님, 이기심과 욕망으로 굳어진 저의 마음을 깨뜨려 주시고 예민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제 마음과 눈이 저 자신에게만 붙들리지 말고 이웃을 돌아보고 세상을 살피게 해주십시오. 이웃의 고통에 저의 마음이 깨어지게 하시고, 세상의 불의에 대해 분노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마음을 따라 행할 용기를 주십시오.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사랑과 진리와 정의를 따라 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