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황혼녘에 바치는 기도, 10월23일, 화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4. 12. 28. 04:53

주님,

오늘도 황혼이 찾아왔습니다.

동쪽 하늘부터 조금씩 어두워지다가

마침내 잠시 노을이 졌던 서쪽 하늘마저 어두워지면서

모든 세계가 어둠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루가 늘 낮이거나 밤이었다 하더라도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는 있겠으나

황혼의 신비는 경험할 수 없었을 겁니다.

    

주님,

저는 어릴 때 황혼이 주는 감미로움과 신비로움에

황홀해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소월의 ‘옛 이야기’를 흥얼거렸습니다.

한국적인 정서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느낌이 아니겠습니까.

밝음에서 어둠으로 변화되는 그 현상이 저를 막연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그리움에 빠지게 했습니다.

    

어른이 된 후로 황혼을 다르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몇 분 단위로 색깔이 달라지는 황혼의 서쪽 하늘을 보면서

꿈틀대는 지구의 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태양과 저 별들, 우주의 에너지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주에 충만한 신비로운 힘이었습니다.

    

주님,

제가 앞으로 몇 번이나 이런 황혼을 구경할 수 있겠습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여행도 끝날 것입니다.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