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1년의 첫날이 시작되었소. 그대는 지금 몇 살이오. 20대라면 금년 한 해가 매우 길게 느껴질 거요. 30대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길게 느끼오. 40대면 좀 빠르다는 것을 한 해가 가면 알게 될 것이고, 50대라면 얼마나 빠른지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 거요. 60대는 아예 그런 감각 자체가 없을 수도 있소. 내가 아직 60대 이상을 살아보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월을 가속적으로 느낀다는 말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소.
이런 계산을 거꾸로 할 수도 있소. 앞으로 남은 세월이 5년 정도라 할 수 있는 80살 되는 분에게 금년 한해는 남은 인생의 20%에 해당하오. 소중한 시간이오. 앞으로 60년을 더 살게 될 20대 청년에게 금년 한해는 60분의 1에 해당되오. 그러면 남은 세월의 몇 %가 되는지 계산해보시오 1.67%요. 이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을 정도의 세월이구려. 나이가 먹을수록 한 해 한 해가 더 소중하다는 뜻이 아니겠소. 그런데 사실 시간은 숫자로 규정할 수 없소. 우리가 말하는 2011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오. 그걸 연대기라고 하오. 130억년이라는 우주 나이나, 45억년이라는 지구 나이에 비하면 우리의 한 평생은 코끼리의 털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오. 그런 숫자를 말해서 무엇하리오.
숫자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하는 걸 용서하시오. 지금 우리는 1천 년 전인 1011년을 회고할 수 있소. 그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으로 한 해를 설계하고, 큰 꿈에 부풀거나 조바심을 냈을 거요. 전쟁을 하기도 하고, 돈을 벌기도 하고, 배신을 당하기도 했을 거요. 콘스탄티노플의 소피아 교회당에 있던 희랍 정교회 주교와 로마의 대주교인 교황은 서로 파문하기 위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소. 그런 세월이 휙 지나가고 지금은 2011년이오. 1천년이 한여름 밤의 꿈과 같소. 앞으로 또 천년이 지나서 3011년에 살게 될 우리 후손은 지금 우리를 역사적으로 판단할 거요. 이렇게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있소. 도대체 우리 인생이 뭐겠소? 그 중에서도 2011년 한 해는 무슨 의미가 있겠소?
지금 나는 신앙을 접어놓고 그냥 우리의 실존을 쉽게 말하고 있소. 우리 한 평생을, 금년 한 해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정리할 생각도 없소. 그건 그대가 알아서 생각하시오. 이럴 때는 덕담이 최고요. 금년 한 해 그대에게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오. 좋은 일이 무언지도 그대가 알아서 생각하시오. 금년 한 해 그대의 내면세계가 풍요로워졌으면 하오. 혹시 힘든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소. 그분께서 감당할 수 있는 힘을 허락하실 거요. (2011년 1월1일, 토, 여전히 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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