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에 대해서(6) / 정용섭목사

    우리가 언제까지 주님의 재림을 기다려야 하는 거요? 지난 2천년동안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재림을 학수고대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오. 혹시 재림에 대한 것을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오해한 건 아니오?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리가 직접 나서서 생명의 완성을 시도하는 게 더 지혜롭고 현실적인 태도가 아니겠소? 막연하게 마지막 때만 무조건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오.

 

    오해가 없었으면 하오. 대림절 신앙이 모든 문제를 미래로 밀어두는 삶의 태도는 아니오. 지난 1992년도에 한국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다미선교회’ 쪽의 주장처럼 일방적으로 미래주의, 초월주의가 아니란 말이오. 여기서 길을 잃지 말아야 하오. 주님의 재림은 곧 하나님 나라의 궁극적 실현이오. 생명의 완성이오. 부활의 나라요. 그 나라는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는 건 분명하오. 여전히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사람이 아프고, 죽소. 재림의 때에는 생명을 손상시키는 모든 것들이 심판을 받소. 그런 것들은 쭉정이기에 불에 태워질 거요. 지금 우리의 삶에는 여전히 이런 쭉정이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생명의 완성은 일어나지 않았소.

 

     그러나 그 나라는 ‘이미’ 우리에게서 일어났소. 종말은 이미 시작되었소. 생명의 완성은 이미 우리 앞에 당도했소. 마지막 심판도 일어나고 있소. 이런 말은 물론 신학적인 진술이오. 그러나 없는 사실을 꾸미는 게 아니라 어떤 궁극적인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신학적 수사밖에 없는 거요. 그대는 아직 오지 않은 주의 재림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을 개념적으로 이해해야 하오. 이것은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딱 떨어지는 방식으로 말할 수 없소. 무조건 믿으라는 말도 아니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하나님의 존재와 통치를 이해해야 하오.

 

     이 문제를 지금 여기서 길게 설명할 수는 없소. 이건 또 다른 주제이기도 하고, 짧은 설명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오. 한 가지 관점만 말하겠소. 내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그대가 이미 눈치 챘을지 모르오. 종말론적 하나님의 통치는, 또는 심판은 은폐의 방식으로 지금 우리의 역사에서 작동되고 있소. 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종말의 순간이 되면 다 밝히 드러나오.

 

    이제 대림절 신앙에 대한 글을 여기서 마쳐야겠소. 주님의 재림은 기다림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우리가 경험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오. 지금 주님이 어디에 재림하셨다고 생각하오? 노숙자들의 실존에?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는 그 현장에? 호스피스 병동에? (2010년 12월24일,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