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을 순전히 낱말 뜻으로만 보면 육신을 이루었다는 뜻이오. 하나님이 육신으로 나타나신 사건을 가리키오. 그 성육신으로 세상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오. 원래 하나님은 초월적인 존재이기에 사람이 될 수 없소. 사람이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하나님은 질적으로 다른 존재요. 그런 존재와 사람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소통이 불가능하오. 성서는 천사가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천사도 어떤 실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전제하고 그런 보도들을 읽어야 하오.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를 성육신으로 오신 하나님으로, 즉 우리와 동일한 시간과 공간 안으로 들어온 하나님으로 받아들였소.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는 요한복음의 진술은 바로 이것을 가리키오. 예수님이 곧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호모우시오스) 뜻이오.
그렇지만 예수님은 하나님을 대상으로 인식하신 것이 분명하오. 하나님을 아빠, 또는 아버지로 불렀소. 기도하기도 하셨소. 마지막 때에 대한 것은 하늘의 아버지만 아시지, 자신은 모른다고 말씀하셨소. 이게 우리가 넘어야 할 신앙의 인식론적 고비요. 예수님은 하나님을 대상으로 인식했는데,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일하다고 믿었다는 거요. 도대체 무엇이 실체적 진실이오? 예수님과 하나님은 구별되는 거요, 아니면 무조건 똑같은 거요?
예수님과 하나님은 위격으로는 대립하지만 본질에서는 동일하다는 것이 초기 그리스도교가 도달한 결론이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신앙이기도 하오. 예수님이 성육신의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예수님과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요. 그러나 예수님은 몸을 입으신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몸이 없는 하나님과 구별되는 거요. 그래서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가리켜 ‘참된 하나님이며, 참된 인간’이라고 규정했소. 이 두 가지 사실이 긴장관계에 있소. 이것을 놓치면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거요. 이런 점에서 예수님의 초림은 하나님의 오심이오. 그의 파루시아이며, 현현이오. 역사에 실존했던 바로 그 예수님을, 그의 운명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바르게 기억하고 아는 일은 대림절 신앙에서, 더 나가서 그리스도교 신앙 전체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소. 그대도 자신의 신앙적 취향에 떨어지지 말고 예수 사건을 알도록 노력하시오. (2010년 12월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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