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추수감사절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28. 07:03

     내일은 한국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지키는 추수감사절이오. 한국교회의 고유한 절기가 아니라 미국의 절기를 그대로 따온 것이오. 한국교회는 이런 특별한 절기 문제에 관해서도 좀더 독립적인 정체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소. 세계교회의 일치와 한국교회의 독립성은 대립적인 게 아니오. 만약 온 세계가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킨다면, 마치 12월25일을 성탄절로 지키듯이, 한국교회도 당연히 이를 지켜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교회의 실정에 맞는 절기를 정하는 게 마땅하오. 어떤 교회는 추석이 낀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는데, 검토해볼만한 일이오. 그런데 시기적으로 추석은 좀 이른 감이 있소. 과일이나 곡식이 아직 거둘만한 때가 아니오.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을 중요한 절기로 지키는 이유는 일 년 동안 먹을거리를 공급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근본의미만이 아니라 특별헌금을 모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크게 한몫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오. 교회에 따라서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제삼자가 왈가왈부하기는 어렵소.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나 농사를 짓는 신자들이 많은 시골교회에서는 추수감사절 헌금이 나름으로 필요하기도 하오. 그것을 무조건 재정보충의 기회로 여기는 태도는 문제요. 이상하게도 한국교회가 지키는 절기는 거의 헌금과 직결되오. 성탄절, 부활절, 맥추감사절이 그렇소. 이런 절기를 헌금 없이 지키는 것은 어떻겠소? 헌금은 평소에 자신의 형편과 교회의 필요에 따라서 알아서 내는 것으로 하고 말이오.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을 중요한 절기로 지키는 것은 당연한 거요. 유대교의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도 그 기원이 농사요. 유럽의 축제도 농사와 관계되오. 고대인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뒤로 삶의 질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늘 풍년이 드는 건 아니었소. 추수 결과에 따라서 한 해의 살림살이가 결정되는 거요. 농사에 운명을 걸 수밖에 없었소. 그들이 농사일을 얼마나 경건하게 받아들였을지, 또한 그 과정에서 얼마나 불안해했을지 불을 보듯 분명하오. 지금 우리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난 일 년 동안 먹고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어딘가에서 땀을 흘린 사람 덕분이오. 이 사실로 인해서 그대의 마음이 뜨거워진 적이 있소? 그대가 잠을 자고 있는 중에서, 오락에 취해 있는 중에도, 게으름을 피우고 있거나 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도 지구는 먹을거리를 생산했다오. 그대는 그것을 먹고 지냈소. 이 사실로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소? 우리는 이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리지 않을 수 없소. (2010년 11월20일,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