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국익과 진실 사이에서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27. 06:30

    어제 ‘추적 60분’의 천안함 보도를 그대에게 이야기했소. 그 보도를 시청하면서 이런 염려 아닌 염려가 들었소. 만약 천안함 침몰이 합조단의 발표대로 북한 잠수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좌초나 그 이외의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거요. 여기에 연루된 국방부 관계자들과 학자들의 책임은 단순히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형사적인 것이 될 것이오.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확신에 찬 소리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소. 금방 전쟁이라도 치를 것 같은 태도였소. 북한 책임을 유엔에 물었소. 북한을 향해서 뭐라 사과를 해야 하는 거요? 유엔에는 무슨 변명을 해야 하는 거요? 쥐구멍에 숨어야 할 상황이 되는 거요. 대한민국의 국격이 땅에 떨어지는 상황이오. 세계로부터 조롱을 받을 거요. 이런 점에서는 합조단의 최종발표가 확실해지거나, 최소한 영구미제 사건으로 끝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거요.

 

     그런데 말이오. 아무리 국익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소. 여기서 진실은 단지 가치의 차이나,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실체적인 사실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오.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국익을 지키는 게 옳겠소? 그렇게 해서 지키는 국익이라는 도대체 무엇이오? 거꾸로 생각해야 옳소.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오. 부끄러움은 잠간이지만, 진실은 계속되오. 이것은 일상에서도 경험하는 것이오. 거짓말을 한 사람이 그걸 인정하기 어렵소. 부끄럽기 때문이오. 그래도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면 더 소중한 것을 얻소. 주변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을 수 있소. 좀더 분명하게 말하면 이번 사건은 국익과는 전혀 상관이 없소. 정권의 문제요. 정권과 국가와는 구별해야 하오. 이번 정권의 잘못을 국익으로 호도해서 그냥 넘어간다면 그것은 결국 국익을 해치는 일이오.

 

    그대는 목사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자꾸 왈가왈부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지나간 일을 붙들고 늘어지냐고 불편한 거요? 천안함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요. 진리의 문제요. 결국 이것은 신앙의 문제요. 성서에서 ‘진리’는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주제요.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시오. 천안함은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진실게임이라 할 수 있소. 천안함은 길게 보면 먹고사는 문제와도 직결되오. 우리가 세계로부터 신뢰를 얻느냐의 여부,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의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오. 이 문제를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방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거요. 국가는 기업과는 다르오.

 

    그대는 나에게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믿느냐고 묻고 싶소? 북한 소행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작은 의혹들은 그냥 묻어두는 게 지혜로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오. 이건 믿음이 아니라 앎의 차원에 속하오. 일단 천안함 침몰 원인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소?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믿으라는 말이오. 나는 합조단의 발표에 이해가 안 간다오. 물론 어떤 사람은 이해가 간다 하오. 과학자들 중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도 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이들도 있소. 똑같은 현상을 두고 과학자들까지 서로 이해가 갈린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요?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겠소? 과학은 기계적인 원리이기 때문에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오. 물은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똑같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하고 0도에서 얼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오.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데이터가 잘못되었거나 실험 장비가 다르다는 뜻이오. 이제 이걸 푸는 방법은 간단하오. 데이터를 바로 잡고, 과학계가 공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장비로 다시 실험을 하면 되오. 어제 추적 60에서 하듯이 말이오. 국방부는 아무리 많은 의혹이 제기되어도 재실험은 하지 않겠다고 하오. 수년전 황우석 박사가 보인 모양새와 비슷하오. 그냥 자신들의 진정성을 믿으라고만 하오. 왜 믿지 못하느냐고 윽박지르고 있소. 고집불통이 아니고는 안 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소. 그들은 지금 과학의 문제를 종교의 문제로 왜곡시키는 거요. (2010년 11월19일,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