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추적 60분”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27. 06:24

     어제 나는 KBS 티브이 ‘추적 60분’(이하 ‘추적’)을 시청했소. 밤 11시15분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된 프로그램이오. 주제가 ‘천안함’이었소. 불방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었소. 담당 피디와 간부들의 줄다리기 끝에 약간의 손질을 거쳐서 결국 방송되었소. 이명박 정권 이후로 케이비에스가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보다는 정권의 나팔수로 변질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방영된 것을 보니 한국사회의 저력이 그래도 살아있는 것 같소.

 

     추적의 결론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조단의 최종발표에 많은 이들이 의혹을 거두지 않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소. 관심이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서 시청이 가능할 거요. 핵심적으로 다음의 것들이오. 합조단 발표에 빠진 초소가 확인되었소. 사고지점을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초소였는데도 물기둥을 본 장병들이 없었다 하오. 합조단이 말하는 사고지점을 첨단장비로 위치 추적해 보면 천안함이 조류를 거슬러 이동했다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오. 스크류의 휨 현상을 제조국인 스웨덴에서 조사했다는 합조단의 발표는 거짓말이었다는 것도 드러났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어뢰발사체와 천안함 선체에 묻은 흡착물질의 성분이 합조단의 발표와 다르다는 것이었소. 이런 정도면 합조단의 조사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이오. 재조사는 당연하오. 그런데 국방부는 꿈쩍도 하지 않소.

 

     나는 다른 것보다 과학자들의 태도가 궁금했소. 합조단의 과학검증에도 학자들이 많이 참가했소. 그들은 정치인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실을 숨기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소. 어제의 추적을 본 느낌으로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한다기보다는 그 조직의 대세를 따르느라 검사에 소홀한 것 같소. 흡착물질에 알루미뉴 산화물만이 아니라 황이 검출되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었소. 지금까지 합조단에서는 황에 대해서 입 벙긋하지 않았소. 그런데 추적의 의뢰를 받아 정밀 검사를 한 안동대학교의 지구환경과학과 정기영 교수가 황을 검출했소. 추적 팀이 이 검사결과를 제시하자 합조단의 담당 학자는 자기들도 그것을 예측했다고 말했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가기 힘든 장면이오. 황 존재 여부는 폭발여부에 직접적인 단서가 되는데도 그냥 지나쳤다니 말이 되는 거요? 추적 팀이 검사를 맡길 과학자를 수소문 하면서 고생이 많았던 것 같소. 모든 장비나 인력이 충분한 서울의 유수한 대학교 교수들은 검사 자체를 맡지 않으려고 했다 하오. 정부와 대립하게 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소. 정기영 교수님은 지방의 국립대학교에 근무하시지만 그 누구보다 학자적 양심이 투철하신 분이 아닌가 생각되오.

 

     합조단 단장을 맡았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님은 어떤 분일지 궁금하오. 카이스트 총장도 역임하셨다 하오. 그분이 과학자라고 한다면 이번에 정기영 교수님의 검사결과에 무게를 두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자신들의 최종발표가 무조건 옳다고 우기고 있었소. 학자의 태도가 전혀 아니었소. 그는 왜 의혹이 계속되느냐는 추적 팀의 질문에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의혹에 불과하다고 낙인을 찍고 있었소. 훗날 진실이 밝혀진다면 자신의 말을 어떻게 책임을 질지 염려스럽소. 그의 고집과는 상관없이 이제는 한국의 과학계가 공식으로 이 문제를 다룰 날이 카운트다운 된 것 같소. 북한의 잠수정 공격 여부는 둘째 치고 합조단의 최종발표가 과학적으로 터무니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오. 국방부나 현 정권에서도 이를 대충 넘어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지금쯤 속으로 하고 있을 거요. 여기서 발을 빼려고 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거요. 진리는 결국은 드러나는 거요. 기다려 보시구려. 추적 60분, 파이팅! (2010년 11월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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