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에 대해서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오? 내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이 문제가 아직도 한국교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오. 남자와의 성관계 없이 마리아가 예수님을 출산했다는 보도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그리고 사도신경에서 명시적으로 거론되고 있소. 유감스럽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마가복음과 요한복음, 그리고 대다수 신약의 서신들은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소. 언급 유무로 이 사실을 판단할 수는 없소. 거기에는 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속사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오. 그것에 대해서는 이 시간에 말하지 않으리다. 이에 관한 글이 다비아 어느 구석에 있을 테니, 찾아보시오.
오늘은 이 문제를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초기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명제와 연결해서 잠시 설명하겠소.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문제요. 초기 기독교가 합의를 본 예수님의 정체는 다음의 명제에 담겨 있소. “vere Homo, vere Deus”, 즉 온전한 인간, 온전한 하나님이오. ‘온전한’이라는 말에 주목하시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이라는 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인간이면서 신이라는 뜻이오. 예수님이 전체적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간직하셨다면 우리와 다를 데가 전혀 없어야 하오. 예수님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거나 땅속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오. 여자의 몸을 통해서 오셨다는 사실을 초기 기독교는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으셨소. 왜냐하면 그는 우리와 다른 곳이 하나도 없이 온전한 인간이어야만 했기 때문이오. 여자 몸의 난자와 남자의 몸의 정자가 결합해서 온전한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소?
남자의 정자 없이 성령으로 잉태했다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라고 말하고 싶소? 잘 생각하시오. 난자와 정자의 결합 자체가 성령의 활동이라오. 복음서에 따르면 마리아가 남자와의 성관계가 없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소. 이 문제는 지금 설명하지 않겠소. 이미 다른 글에 설명이 있으니 찾아보시오.
예수님이 동정녀에게 잉태되어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해서 큰 잘못은 아니오. 믿고 싶으면 믿으시오. 다만 그것으로 서로 열을 내서 싸우지는 마시오. 동정녀 탄생을 믿지 않는 사람을 자유주의자로 매도하지 말고, 믿는 사람을 무식하다고 무시하지 마시오. 성서는 더 근본적인 것을 말하고 있소. 동정녀 전승은 그것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이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확실하게 말하고 싶소. 예수님은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이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동정녀에게 태어나신 분이어야만 한 거요. 그대가 묻고 싶은 게 여전히 많아 입이 근질할 거요. 참으시오. 내일 주일을 맞을 준비나 하시오. (2010년 9월25일, 토, 창문을 닫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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