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부음 광고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7. 11. 06:58

     9월3일자 조간 한겨레신문 2면 하단에 옥한흠 목사님의 부음 광고가 한 면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큼지막하게 났소. 2010년 9월2일 오전 8시43분에 소천 하셨다는 내용이오. 아마 10개에 이르는 중앙지 모든 신문에 광고가 나간 게 아닐까 생각하오. 이미 옥 목사님의 별세 소식은 긴급 뉴스로 나와서 다 알고 있었지만 이런 광고 덕분으로 장례절차에 관한 것까지 다 알게 되었소. 빈소, 장례예배 일시, 장지, 하관예배에 관해서, 그리고 유족관계와 장례위원 목록이 길게 나왔소. 고문, 장례위원장, 공동장례위원장, 대략 국내외 8백 명 정도에 이르는 장례위원, 집행위원장, 집행위원, 호상, 추모단체, 주관교회 이름까지 자세한 내용이 들어 있었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런 부음 광고를 보고 기분이 착잡했소. 한 목사의 죽음과 장례에 관한 내용을 굳이 일간 신문에 광고를 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오. 물론 그런 부음 광고는 특이한 일이 아니오. 기업 회장이나 학교 이사장, 또는 문중의 큰 어른들의 죽음에 대한 부음도 자주 접하오. 그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장례 사실을 알리는 거요. 그런 기회에 개인, 기업, 학교의 이름을 내는 거요. 상업적으로도 효과가 있소. 뉴스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소. 그런데 말이오. 목사의 죽음은 그런 이들과는 다르오.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의 경우에도 이렇게 중앙의 모든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부음 광고를 냈소? 확실한 기억이 내게 없어서 뭐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구료. 만약 그들도 그런 방식으로 냈다면 좀 우습소. 그런 정도의 인물들이라면 굳이 광고를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뉴스를 통해서 모두 알고 있소. 굳이 광고를 내고 싶다면 순전히 부음 사실과 발인 사실만 알리는 정도로 하는 게 어떻겠소?

 

     우리가 출생할 때 일간지에 광고를 내지 않소. 그렇다면 죽을 때도 그런 광고를 내지 않는 게 맞소. 조용히 왔으니 조용히 가야 하는 것 아니겠소.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루면 되오. 교회의 큰 인물이어서 가족장이 섭섭하다면 교회 장(葬)으로 치르면 되오. 세상에 떠벌일 일은 없소. 매스컴이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하는 거야 막을 거는 없겠지만, 큰돈을 들여 신문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내는 것은 좀 심해 보이오. 이것이 바로 한국교회 영성의 현주소가 아닐까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드오. 내가 죽으면 조용히 처리해 주시오. 이 글은 옥한흠 목사님에 대한 평가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오. (2010년 9월24일, 금, 높은 구름과 낮은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