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보수적인 사람이오, 아니면 진보적인 사람이오. 사람 자체가 보수라거나 진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소. 사람은 그냥 사람일 뿐이오. 다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서 보수와 진보로 분류될 수 있소. 그런데 사람이 늘 생각만으로 사는 건 아니오. 감정도 있고, 심리도 있고, 의지도 있소. 더 깊은 곳에는 영성이 있소. 이런 여러 요소 중에 하나만 뚝 잘라서 사람을 판단하기는 어렵소. 그런 모든 것들을 통으로 봐야만 사람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거요. 어느 한 요소가 나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통하는 게 많으면 얼마든지 의기투합해서 삶을 나눌 수 있소.
나는 비교적 세계관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을 그 사실 자체만으로는 배척하지 않소. 거꾸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통하지 않는 게 더 많다면 함께 하기가 어렵소. 문제는 그 사람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가치대로 살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요. 진정성의 문제라 할 수 있소.
보수는 말 그대로 전통을 보수하는 입장이오. 전통을 무조건 보수하는 것은 아니고 좋은 전통을 보수하는 거요. 보수주의가 강조하는 전통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요. 하나는 국가관이고 다른 하나는 도덕성이오. 건강한 보수주의자라고 한다면 군대에 가지 않는 일은 없소. 영국 황실의 왕자들은 솔선해서 군대에 가고, 때로는 전쟁에 직접 참가하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대에 가지 않았소. 여당 대표 안 아무개 씨도 군대에 가지 않았소. 지금 총리 후보로 내정된 현 김황식 감사원장도 군대 미필자요. 보수당이라고 자칭하는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세 분이 군에 가지 않았다는 말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오. 물론 경우에 따라서 군대에 가지 않을 수는 있소. 여호와의 증인에 속한 이들은 평화주의라는 종교적 신념으로 군대 대신 감옥에 가오. 장애인과 여성들도 군대에 가지 않소.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하오. 차일피일 징집을 미루다가, 또는 별로 분명하지 않은 질병을 사유로 군복무를 피한 사람들은 국가의 지도자로 나서지 말아야 하오. 그냥 자기 수준대로, 자기의 가치관대로 자연인으로 산다면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소. 입만 열면 북한의 호전성에 열을 올리는 보수주의 정당에 속한 세 대표자들께서 한결같이 병역의 의무를 감당하지 않으셨다니, 유구무언이오. (2010년 9월23일, 목, 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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