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주기도(8)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21. 06:20

‘   우리 아버지!’라고 기도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점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오. 형제 관계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형제 관계의 삶에 들어가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당위 사이에서 힘들어 하고 있소. 주기도는 우리를 영적으로 힘들게 하려는 기도는 아니오. 실제로는 불가능한 삶을 무조건 추구하는 극단적인 이상주의로 몰고 가려는 것도 아니오. 형제 관계의 삶을 체념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척 위선을 피우라는 말도 아니오. 그것은 주님의 명령이오. 그분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오. 그런 분의 명령이라면 우리가 아직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순종하는 게 옳지 않겠소?

 

     그대의 겁먹은 표정이 그려지오. 주님이 명령을 순종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일지 모르겠구려. 그대가 뭔가 손해를 볼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은 나는 아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게 가장 이유일 게요. 이해가 가기만 하면 그대는 더 큰 어려운 일이라도 순종할 사람이오. 지금 내가 그대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소. 기독교 신앙은 경우에 따라서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결단해야 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순간이 그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소. 그래도 설명해볼 테니, 귀를 기울여주시오. 우리가 주님의 저 명령에 순종해야 할 이유를, 또는 순종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소극적인 차원과 적극적인 차원으로 설명하겠소.

 

     1) 형제 관계, 또는 공동체 정신으로 기도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삶을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시켜나간다는 뜻이오. 기독교 신앙의 스펙트럼도 사적인 영역을 강조하는 경향의 신앙과 공적인 영역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구분되오. 거칠게 구분하면 보수적인 교회는 전자의 특징을, 진보적인 교회는 후자의 특징을 보이오. 한국교회의 90% 이상이 보수적이라는 현실을 전제한다면 한국교회는 모두 신앙을 사적인 것으로 취급한다고 보면 되오. 개인이 예수 잘 믿고 축복받아 행복하게 살다가 죽어서 천당 간다는 신앙이 가장 보편적인 신앙 형태요. 이에 반해 신앙을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사회 전체에 하나님의 뜻이 임하기를 희망하는 것에 신앙의 무게를 두는 것이오. 일례로 경제정의를 기독교 신앙으로 추구하는 것이오. 한 시간 일한 사람이나 열 시간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주인에게서 받았다는 포도원 주인의 비유를 현실에서 구현해나가는 신앙을 가리키오. 경제의 영역에서 형제 관계가 구체적으로 복원되는 거요. 물론 복지 자체가 하나님 나라는 아니오. 하나님 나라를 우리가 실현할 수도 없소. 다만 현실 세계에서 형제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은 신앙을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해나가는 게 아니냐 하는 것뿐이오.

 

     2) 형제 관계에 기반을 둔 공동체적인 삶에서 임박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영적인 차원으로 우리 개인들이 성장하는 것이 형제 관계에서 살아야 한다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적극적인 차원이오. 오늘처럼 자본이 신처럼 행세하는 세상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오. 성서가 제시하는 하나님의 통치를 인식하고 경험할 수만 있다면 옆에서 누가 말리더라도 가야만 할 길이 거기에 있소. 시(詩)를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배가 고파도 시를 읽고 쓰는 것과 같소. 문제는 우리에게 그런 영적인 경지가 주어졌는가 하는 거요. 그런 영적인 경지를 우리는 교회에서 배워야 하오. 교회를 성만찬 공동체라고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살펴보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하는지를 알게 될 거요. 이 문제는 뒤에 ‘일용할 양식’에서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소. 기억하시오. 우리는 형제와 자매로 더불어서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여’라고 불러야 한다오. (2010년 7월27일, 화, 높은 구름, 시원한 바람)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기도(10) / 정용섭목사  (0) 2024.06.22
주기도(9) / 정용섭목사  (0) 2024.06.22
주기도(7) /정용섭목사  (0) 2024.06.21
주기도(6) / 정용섭목사  (0) 2024.06.21
주기도(5) / 정병선목사  (0)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