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주기도(4)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20. 05:33

 스텐리 하우어워스가 쓴 <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읽어주겠소.

 

     이 기도에서처럼 ‘우리 아버지’가 ‘하늘에 계신’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참 하나님이 아닌> 어떤 신을 더듬어 찾는 것이며, 그런 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고, 그런 신을 ‘내가 필요한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떻게든 하나님을 자기 형상대로 만들어 내려하고, 급기야 어떤 이들은 ‘사용자 중심의(user-friendly)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카펫이 깔린 침실 같은 본당에 푹신한 의자가 놓여 있고, 부대시설로 농구장을 구비한, 주변 문화와 너무도 흡사하게 만들어진 이 교회에서 우리는 무언인가 낯선 것, 기이한 것과 마주칠 일은 전혀 없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자기 취향에 맞게 길들이려고 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경고다.

 

     그대도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에 따라서 하나님을 찾는다는 위 하우어워스의 주장에 동의할 것이오. 그들이 찾는 하나님은 오늘 자본주의에 어울리는 분이오. 복을 주신다오. 일당백의 능력을 주시는 분이라오. 소위 경배와 찬양이라는 슬로건으로 자행되는 열린예배의 주인공이오. 이런 하나님을 찾는 이들은 하나님 나라에서도 그런 익숙한 삶이 지속될 것으로 믿을 것이오.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놀이를 하는 그런 세상을 머리에 그릴 것이오.

 

     주기도는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다고 말하고 있소. 하늘은 단지 우주 공간을 가리키는 게 아니오. 하나님이 우리의 생명형식과 질적으로 다르게 존재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바르트 말로 바꾸면 그는 절대타자라는 사실을 가리키오. 그 하늘은 은폐된 생명의 장소요. 궁극적인 생명이 숨어 있는 곳을 가리키오. 만약 우주 어딘가에 지성이 있는 생명체가 있다고 생각해보오. 그는 지구의 인간과 비교할 때 어떤 생명체이겠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거요. 산소를 호흡하지 않아도 생명이 연장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수도 있소. 날개가 없이도 공중을 날아다닐지도 모르오. 지금 내가 우주에 생명체가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좀 생각해보라는 것이오. 하나님을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오. 익숙한 것에만 평화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주기도를 드릴 필요가 없소. (2010년 7월23일, 금, 구름, 천둥과 번개, 국지성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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